최근 미국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보이면서 북한의 수용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양측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점치는 가운데, 북한이 대선 전까진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잇따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일각에서 이를 계기로 미-북 양측의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한 매체는 17일 미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수해 복구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인도적 지원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 보도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VOA의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미 친우봉사회의 대니얼 재스퍼 아시아 담당관은 17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국무부가 인도적 지원을 위한 회담을 제안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라며 “이는 외교적 과정에 있어 환영할 만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재스퍼 담당관은 국무부가 이런 노력을 시작하기에 좋은 지점은 “이미 인도적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의 비정부기구들에 대한 미국의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올 3월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부 장관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과 이란에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졌던 연초와 비교할 때 태풍과 수해 등의 피해까지 겹치면서 현재 북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수락한다면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f Kim accepts that it means that he definitely needs some additional resources…”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건 (수해 피해 복구 등에 대한) 추가 재원이 확실히 필요하다는 의미라는 겁니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를 공개적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는 북한 스스로를 약하고 또 피해자로 보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don't think the North Koreans are going to want to respond publicly to humanitarian assistance, because it makes them look weak…”
고스 국장은 북한이 미 대선 전까진 자신들의 카드를 감출 것이라며, 대선 결과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결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 묶이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인도적 지원과 같은 미국의 제안을 새로운 움직임으로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 think on the US side, you know, led by Deputy Secretary Stephen Biegun…”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미국 협상팀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수 개월 간 북한 측에 고위급 대화를 제안해왔고, 또 인도적 지원은 미국의 전통과도 같은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매닝 연구원은 인도주의 지원을 통해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북한은 수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폼페오 장관은 지난 9일 미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경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다수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일련의 도전들에 맞서 그들을 돕기 위해 그 곳에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15일에는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애틀랜틱 카운슬과의 대담행사에서 “(북한과 관련해) 공개적으로는 조용하지만, 여전히 많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It’s gone quiet publicly, but there’s still lots of work going on, work going on between ourselves, our allies in the region, the Japanese, the South Koreans, and even efforts with the North Koreans to come to understand where there may be opportunity as time goes on.”
폼페오 장관은 “심지어 북한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가 지난 4일 북한 여행을 위한 특별승인 발급 절차와 관련해 ‘여론수렴’ 공고를 낸 점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2017년 9월 북한 여행 금지 조치 이후 인도주의 지원단체 등에 한해 한 차례 방문을 허용해 온 국무부가 앞으로는 1년 안에 여러 번 방문이 가능한 복수여권을 발급하겠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비건 부장관은 지난 11일 전미북한위원회(NCNK)에서 행한 화상연설에서 “비록 대북 지원을 위한 모든 물리적(logistical) 어려움이 다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활동이 더 쉬워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비건 부장관] “You have our full support and we remain ready, willing and able to facilitate your work to the extent we can.”
비건 부장관은 특히 이들 단체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하면서, 국무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들이 원활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고, 그럴 의지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15일 아시아 지역 기자들과의 전화간담회에서 ‘북한의 자연재해 피해’와 관련된 질문에, “홍수와 태풍 등 북한의 상황과 관련해 거듭 비핵화의 필요성을 되짚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들은 단지 우리가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후속 조치를 취했다면 해결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