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을 통해 힘겨운 한국생활에 적응하며 삶의 동력을 얻어 가는 탈북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습니다. 거친 세상에 놓여진 북한 여성의 이야기를 민감하게 그려냈다는 평가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영화 ‘파이터’는 가까스로 탈북해 도착한 한국에서 주인공 진하 씨가 권투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영화 ‘파이터’ 트레일러’] “잘 할 수 있습니다. 예, 할 수 있습니다. 내 이름은 리진하이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탈북자이다.”
여느 탈북민처럼 ‘하나원’에 입소해 한국 적응교육을 받고, 한국 정부 지원으로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녹록치 않습니다.
북한에 홀로 남은 아버지를 데려오기 위해 밤낮 없이 일하며 돈을 모으는 진하 씨.
그러다 청소 일을 시작한 권투체육관에서 우연히 낀 글로브가 그의 삶을 바꿉니다.
어린 소녀가 겪기 힘든 일들을 고비고비 넘기며, 두 주먹에 곱지 않은 차별의 시선, 생존하기 위한 노력, 해체된 가족을 모으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실었고, 마침내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세계 3대 국제영화제의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 측은 한국인 윤재호 감독의 ‘파이터’를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영화를 소개하는 ‘제네레이션 부문’ 15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초청한다고 밝혔습니다.
영화제 측은 `파이터'가 거친 삶에 노출된 주인공의 모습을 잘 묘사하면서 험난한 세상에 대한 민감한 접근법을 그려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감독은 젊고 굴하지 않는 북한 여성이 직면한 낯선 한국 땅에서의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함께 탐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파이터’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과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윤 감독은 사랑과 소통, 이해 등 가족에 대한 폭넓은 주제로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특히 탈북민들의 애환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탈북자인 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조선족 청년의 이야기 ‘뷰티블 데이즈’를 제작했습니다.
영화 `파이터'에는 탈북 소녀가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찾으며 삶의 동력을 얻어 나가는 과정이 녹아 있다고, 윤 감독은 말했습니다.
[녹취: 윤 감독] “단순히 복싱이라는 소재를 사용해서 파이터라기 보다는 좀 더 크게 봤을 때에는 한 인간에게 주어진 환경,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본인의 상황을 극복하고 본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싸워 나가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한 달간 개최 시기를 연기한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오는 3월 1일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오는 6월에는 오프라인 등 야외 영화제를 열 예정입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