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의 핵전쟁 수행을 책임지고 있는 지구권타격사령관이 현재 세계는 한국전쟁 이후 전례 없는 핵전쟁 위험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와 함께 확장억제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티모시 레이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관(공군 대장)은 25일 “미국은 이제부터 단 한 번도 핵무장을 한 적성국들과 싸워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레이 사령관] “We now have to reconcile the fact that we've never fought a nuclear armed adversary and every conflict that we've ever been involved in since the Korean conflict we have begun on our own terms…”
“중국-러시아, 동맹과 우방에 핵그림자 기반 전략 추진”
레이 사령관은 이날 미 공군협회가 주최한 화상 기자회견에서 한국전쟁 이후 미국이 관여한 모든 전쟁은 재래전으로 한정해 상황을 주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동맹과 우방들을 자국의 영향권 아래 놓으려는 욕망을 추구 중이며, 앞으로 미국이 동맹과 우방에 관여할 경우 두 나라의 핵무장 역량을 큰 변수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이르렀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레이 사령관] “Certainly you look around the globe, our partners and allies who live and operate day to day basis in what would be desired as a sphere of influence by the Chinese or the Russians. They have to have a different calculus in terms of what's happening…”
지구권타격사령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 폭격을 관장하는 미 공군의 주요 사령부(Major Command)로 분류됩니다.
“중국 10년 내 핵무기 보유 두 배 증가 전망은 최소치”
레이 사령관이 지적한 현 정세는 핵 그림자효과(Nuclear Shadow Effect)로 불리는 현상으로, 적성국이 직접적인 핵 공격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핵 보유를 통해 상대국을 위축시켜 전략적 우위를 갖는 상황을 말합니다.
레이 사령관은 최근 미 국방부 최고 지도부가 중국이 보유한 핵무기 수량을 200여 기로 추정하면서 10년 뒤 최소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데 대해 “최소라는 표현에 가장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레이 사령관] At the most high level of our military say that the Chinese have plans to at least double their arsenal by the end of the decade. You heard the term ‘Double’. I would tell you to emphasize the term, ‘At least’ as the most important two words in that three word phrase. They are in my opinion departing from what has been known as a minimalist deterrence theory that has been a cornerstone or the assumption...”
중국은 오랫동안 적용해온 최소 억제력 이론으로부터 탈피하려 하고 있으며, 가장 우려되는 사안은 미국의 핵 현대화가 늦어지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미국 핵 현대화 지체시 동맹국 핵무장 논의 촉발”
레이 사령관은 지금까지 자유세계의 안보 구조는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폭격기가 주춧돌 역할을 했다며, 이는 동맹이나 우방이 갖추지 못한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핵 현대화는 비싸다는 의회 일각의 인식은 잘못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하의 국방예산은 핵 억제력 태세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핵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로 이뤄진 핵 운반3축체계 역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미 본토 위협 외에도 미국이 동맹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력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레이 사령관] “I did mention what it means for partners and allies. There are many national leaders who wake up every day believing they don't have to create their own nuclear program to match what would be a Chinese overmatch, certainly the extended deterrence and what that means is key.”
현재 러시아와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제한된 무기만 교체할 수 있는 한계를 고려하면 중국의 핵 역량 고도화는 동맹국의 핵무장 셈법을 부추길 가능성을 높인다는 겁니다.
“아시아 핵기획그룹은 백악관에서 논의할 정책사안”
한편 레이 사령관은 최근 척 헤이글 전 미 국방장관과 영국, 호주, 한국, 일본의 전직 고위 관리들이 ‘아시아 핵기획그룹’을 바이든 행정부에 제안한 데 대해 “국방장관실과 백악관에서 논의할 정책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녹취: 레이 사령관] “The idea of having an Asian planning group is something that will play inside of OSD and the White House. You know I'm not part of that conversation. I do believe to stepping back broadly as I consider my particular situation. I think the need to have China in a conversation about arms control is something that is really an important thing to do…”
레이 사령관은 그러나 군비통제 대화에 중국을 포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향후 미국의 외교 실무진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북한도 핵그림자 전략 추진 중…중국 초점 일변도 위험”
한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에 “레이 사령관의 발언은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북한도 해당되는 사안”이라며, “현재 한국의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은 반드시 미국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uth Koreans don't expect a Chinese nuclear threat. They do expect a North Korean nuclear threat. So yeah, I mean, if the US is trying to convince South Korea that it faces a serious Chinese nuclear threat, the South Koreans aren't seeing that yet…So the problem that we face with North Korea is it has built its force up too far, just to be a self defense force. It is now a coercive, compelling force as well.”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중국의 핵 위협을 예상하고 있지 않으며, 그 보다는 북한의 핵 역량 고도화에 따른 대처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50~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북한은 정권의 생존을 너머 핵그림자를 통해 동맹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셈법을 모방하고 있다며, 중국, 러시아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