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 북한 등 한반도 문제를 깊이 다뤄온 정통 관료들을 고위직에 잇따라 발탁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에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에 웬디 셔먼,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에 성 김 대사를 임명했습니다. 이들의 한반도 관련 경험과 발언들을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관장할 외교안보 라인에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기용되고 있습니다.
캠벨 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북한에 조기에 신호 보내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아시아 문제를 총괄할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민주당의 아시아 전문가 중에서는 가장 고참으로 꼽힙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캠벨 조정관이 아시아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으며, 폭넓은 외교 경험과 잘 연마된 관료적 기술, 의회와의 원만한 관계를 바탕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캠벨 조정관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미국 외교와 군사의 중심을 아시아로 회귀하는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 혹은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to Asia)’ 정책을 주도적으로 설계했습니다.
캠벨 조정관은 당시 한국을 1년에 10번 정도 방문하는 등 동맹과의 협력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캠벨 조정관은 임명 직전인 지난달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애틀랜틱 카운슬과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 화상세미나 기조연설에서도 한국과의 대북 공조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캠벨 조정관] “…thinking carefully about what might be appropriate working in consultation and partnership with S Korea, early signals to N Korea will be something that will be near the top of the list of the Biden team as they assume office…”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최우선순위 중 하나는 한국과 협의하고 협력해 북한에 조기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캠벨 조정관은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북한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조기에 결정하는 일이라며,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북한을 연구하는 기간을 오래 끌었고, 그 기간 동안 북한이 도발에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접근법’은 특히 아시아 정책에서 모방하거나 존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성 김 동아태차관보 대행… 트럼프 행정부 북 핵 협상에도 관여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고위 관료들이 대부분 오바마 행정부에서 적극 활약한 반면,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에 임명된 성 김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 때도 북 핵 협상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5월 말 판문점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의제를 논의했습니다.
이어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도 참여했고, 7월 마이크 폼페오 당시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수행해 김영철 당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고위급 회담에 참여했습니다.
김 대사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임명 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실무 협상에서 물러났습니다.
김 대사는 국무부의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2006년 국무부 한국과장에 이어 2008년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 특사에 임명됐습니다. 2008년 6월 미국 정부 인사로는 유일하게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현장을 참관했습니다.
2011년부터 3년간 주한대사를 지냈고, 2014년에는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한국과 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냈습니다.
김 대사는 2016년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기자회견에서 동맹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안보리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역내 불안정의 주된 원인은 대북 제재가 아닌 북한의 도발 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성 김 대사] “The threat to regional stability and security is not from our or international sanctions, that threat comes from North Korea’s provocative behavior, irresponsible and dangerous behavior that are clearly in violation of Security Council obligations…”
역내 안정과 안보에 대한 위협은 국제 (대북) 제재로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적이고 무책임하며 위험한 행동 때문이라는 겁니다.
김 대사는 2018년 필리핀 주재 대사에 이어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 주재 대사에 임명됐습니다.
김 대사가 ‘대행’ 꼬리표를 떼고 실제로 동아태 차관보를 맡을지 주목됩니다.
셔먼 부장관… “북 핵 문제 어려워, 동맹관계 강화해야”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 지명자도 북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빌 클린턴 2기 행정부 시절인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내며 북한과의 협상을 이끌었습니다.
북한 인사들과도 직접 만난 경험이 풍부한데, 2000년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때 클린턴 대통령과의 면담에 배석했습니다.
그 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셔먼 지명자는 지난해 8월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현직으로 돌아가면 북한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겠냐는 질문에 동맹 강화를 먼저 언급했습니다.
[녹취: 셔먼 지명자] “First rebuild my relationship with South Korea and Japan. I wouldn’t be arguing over whether S Korea is paying enough for American troops.”
우선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재건하고,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충분히 돈을 지불하고 있는지 논쟁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셔먼 지명자는 또 북한 핵 문제가 이란 핵 문제 보다도 풀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와 운송 수단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북 핵 문제 해결은 앞으로 험한 길이 예상되며, (외교적) 기회를 탐색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셔먼 지명자는 2019년 VOA와 인터뷰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협상장으로 나오게 된 이유는 제재로 인한 압박 때문이라며, 엄격한 대북 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 핵 문제를 관장할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한반도 라인 후속 인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