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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북 핵 외교적 해법 찾을까…도발 등 변수


지난해 11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신중하면서도 단계적인 북 핵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섣불리 도발할 경우 교착 상태에 놓였던 미-북 관계와 한반도 상황을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몰고 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치러진 8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향후 미-북 관계 진전을 바란다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선공에 나선 겁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과제 순위에서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려 놓으라는 압박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전반적 접근법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선택지를 갖고 있는지, 북한에 압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데 유효할지, 다른 외교적 계획이 가능할지 등이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제로 한 단계적인 접근법이 유력하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상당한 전문성에 기초해서 단계적으로 북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몰딜이 가능하려면요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빅딜을 추구했거든요. 바이든 행정부는 완전한 비핵화의 진정성이 어느 방식으로든 전제가 돼야만 스몰딜을 하는 거지 그게 안된 상태에서 스몰딜을 하겠다는 건 전혀 아니에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긴밀히 상의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블링컨 청문회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신중한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봐서 조기 대화 재개 보다는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국들의 목소리를 들은 다음에 정책 입장을 결정한다면 3월에서 4월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이나 미-일 정상회담이 예상되기 때문에 일러야 5월 정도에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8차 당 대회를 통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핵 군축 협상을 압박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협상 전략을 흐트러뜨리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대북 제재를 고리로 북한을 압박하려던 게 바이든 새 행정부의 북 핵 협상 전략으로 예상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제재 완화가 아닌 미-한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협상 조건으로 내세움으로써 바이든 새 행정부에 공을 넘긴 모양새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북한이 얘기하는 게 그거잖아요. 이란식으로 제재 완화 가지고는 우리는 협상 안한다, 군축하라는 거에요. 그러니까 연합훈련 중단을 하고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같이 폐기하라는 거에요. 그래서 이것을 과연 바이든 정부가 얼마나 수용할 수 있겠는가 이게 상당히 큰 숙제죠. 왜냐하면 지금 동맹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만들어놨는데 막상 대북정책으로 북한 비핵화시키는 대가로 연합훈련 중단을 준다, 이건 완전히 자기 정체성 모순이 되는 거거든요.”

전문가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북 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 왔고, 북한도 경제난 심화로 미국과의 협상이 급하다는 점에서 조기 대화가 성사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블링컨 지명자가 인준청문회를 통해 인도적 지원 재개에 대해 상당한 유연성을 보였다며, 미국이 의제를 조기에 제안하면서 대화 의지를 보일 경우 북한도 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도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협상 라인이 구축되기 이전에라도 조건 없는 실무대화를 제안할 수 있다며,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가 지연될 경우 오는 3월로 예정된 미-한 합동군사훈련 등을 빌미로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도발을 통해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있죠. 특히 바이든 행정부, 미국을 직접 겨냥한 ICBM 테스트 등 그런 것 보다는 대남 공세를 통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법, 그걸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그런 접근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제재 강화 여부에 대해선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례 없는 강수를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조한범 박사는 기존 대북 재제도 북한에 큰 고통을 주고 있고 지금으로선 추가 제재 명분도 부족하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 제재 강화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조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미 본토에 대한 핵 공격 수단을 지속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전술핵 개발을 통한 핵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내비쳐 미국이 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적 해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 해상봉쇄와 같은 초강수를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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