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의 공조를 통한 문제 해결을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아직 단 한 차례도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난 20일 현재 대북 접근법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일찌감치 전면적인 대북정책 재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런 방침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 열린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당시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가 처음 밝혔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I think we have to review and we intend to review the entire approach and policy toward North Korea because this is a hard problem that has plagued administration after administration…”
북한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법과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겁니다.
블링컨 지명자는 북한은 미국의 행정부들을 괴롭혀 온 어려운 문제이고 실제로 더 나빠진 문제이기도 하다며, 북한이 기본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현재 검토가 진행 중이라면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프라이스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시급한 과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의 지난 12일 전화브리핑 발언입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As you have alluded to the North Koreans have continued to make progress on those programs in recent years which makes this an urgent priority for the United States and one that we are committed to addressing together with our allies and partners."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서 계속 진전을 이뤄왔으며, 이는 미국의 시급한 우선순위이자 동맹과 협력국들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전념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설명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재검토와 관련해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도 주목됩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명자 시절 인준청문회에서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은 “동맹과 협력국, 특별히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모든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거론했습니다.
이후 국무부는 정례브리핑 등에서 미-한-일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고, 특히 최근 몇 주 동안은 역사 문제 등으로 갈등이 깊은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I think we would be more concerned with the prospect of not closely coordinating with our partners in this instance, of course, the Republic of Korea and Japan...”
프라이스 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무기 실험보다 더 우려스러운 건 한국, 일본과 긴밀히 조율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에는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3자 화상회의를 가졌습니다.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세 나라 대표가 북한 관련 공통의 도전과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3자 협의를 가졌다”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진행 중인 대북정책 재검토를 배경으로 개최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무부뿐 아니라 국방부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대변인은 앞서 한국 언론 등에 한국과 일본을 역내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지칭하며 “미국과 한국, 일본의 3국 협력은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위협 대처와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 유지를 포함한 역내 평화와 번영, 안정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짐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근본적으로 배격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에 맞춰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관계도 특별히 강조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쇼프 연구원] “I think the Japan-Korea piece is particularly emphasized in part because in Asia that's where are our longest allies…”
쇼프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오랜 동맹이자 발전된 나라인 것은 물론 미군이 실질적으로 전진 배치돼 있는 곳이라며,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성공적인 외교정책의 요소 중 하나로 미-한-일 동맹을 꼽아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이나 접근과 관련해 동맹과의 조율을 우선시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 날부터 예고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외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하면서 동맹과의 관계 회복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We will repair our alliances and engage with the world once again. Not to meet yesterday's challenges, but today's and tomorrow's challenges.”
미국의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 번 전 세계와 관여할 것이며, 이는 어제의 도전이 아닌 오늘과 내일의 도전을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국무부를 방문해 행한 연설에서도 다시 한 번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공개석상에서 단 한 번도 북한이나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9일 화상 방식으로 열린 ‘뮌헨 안보포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 이란 문제를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지만,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상대적으로 북한과 관련해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t's an ongoing long term threat, it's not some urgent thing that can be urgently fixed…”
매닝 연구원은 현재 북한이 내부 문제 등으로 인해 과거 미국의 새 행정부 취임 때와 달리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과 북한은 사실상의 상호 억지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에 반해 중국이나 러시아, 이란과의 현안들은 시급성이 북한보다 더 높으며,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사실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매닝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북한 해커들을 기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시급성이 낮은 것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