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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대북정책 제언...'단계적 비핵화' vs '압박 최대한 강화'


25일 한국 서울 기차역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 서울 기차역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미 전문가들은 언론과 연구소 기고문들을 통해 다양한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당장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된 진단이지만 해법은 다른데요,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 핵을 포기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일단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고 단계적인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최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대북 정책 점검: 바이든 정부가 직면한 중요한 선택들’이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대북 정책 검토를 곧 끝낼 바이든 정부가 두 가지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짧은 시간 내에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박을 강화하는 방법과 북한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추진하는 접근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정부가 이 둘 중 ‘장기적, 단계적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습니다.

“장기적, 단계적 접근법 추진해야”... “북한 핵 능력 제한”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

아인혼 전 특보는 29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정부는 가까운 미래에 한 번에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고, 이런 요구는 오히려 협상을 결렬시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 think in the first stage, the Biden administration and its partners in the negotiations should seek limits on N Korea’s production of fissile material, that is enriched uranium and plutonium. The best approach would be a nationwide ban on the production of fissile material.”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정부가 북 핵 협상 첫 단계에서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북한의 핵분열 물질 생산 제한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영변과 미신고 핵 시설 몇 곳에서 시작해 결국 전국적으로 핵분열 물질 생산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현재 북한이 사실상 유지하고 있는 핵과 미사일 시험 유예를 영구적인 금지로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첫 단계 합의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협상을 계속한다는 북한의 약속을 받은 뒤 추가 협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최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합리적 접근법 필요”... “우선 북한 무기고 확대 막아야"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Paul Morigi/Brookings Institution/Flickr.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Paul Morigi/Brookings Institution/Flickr.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USA 투데이 신문에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합리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고수하며, 북한이 핵무기를 모두 포기한 다음에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히면 이 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적 목표로 삼되, 단기적으로는 북한 핵무기고 확대와 현대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오핸런 선임연구원] “The permanent dismantlement of N Korea’s production capability and also an agreement not to test any more nuclear weapons or long range missiles in exchange for a partial lifting of sanctions.”

오핸런 연구원은 VOA와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초기 합의에서 북한의 핵 생산 시설들을 완전히 해체하고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며 이에 대응해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해 주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에 점진적으로 북한 정부, 경제, 사회가 변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겠지만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이런 단계적, 장기적 비핵화가 일각에서 반대하는 ‘군축 협상’과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선임연구원] “So it’s not arms control because arms control was about allowing a certain number of weapons and delivery vehicles, but making sure that the number did not go above a certain threshold. Whereas in this case, we’re not even talking about those weapons at all. We’re simply talking about N Korea ability to make more, and that ability will be completely eliminated under this kind of approach.”

군축협상은 일정 숫자의 핵무기를 허용하고 그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자신이 제안하는 접근법은 북한이 핵무기 추가 개발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인혼 전 특보도 자신의 제안이 군축협상이 아니라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목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면서, 첫 단계에서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일본, 한국이 북한을 영원한 핵무기 보유국으로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축 협상 안 돼”... “북한에 대한 압박 크게 강화해야”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브루킹스 연구소를 통해 ‘북한의 새로운 핵전략과 비핵화의 운명’이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의 결과가 발표되기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모든 가능성을 없애 버리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확대하는 선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북한과 ‘군축 협상’을 하도록 강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29일 VOA에 ‘군축 협상’이란 쌍방이 상대방으로부터 인지하는 위협을 줄이는 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t’s an effort on the part of the two parties to reduce the perceived threat from the other party. And in this case, a nuclear threat, the U.S. goal would be to try to cap or limit or constrain N Korea’s nuclear weapons capability and at the same time, the N Koreans would come to the table determined to cap what they see as U.S. threat against them. So by capping or limiting or freezing or eliminating elements of the U.S. arsenal, N Korea would argue that they would be enhancing their own security. I think that’s in essence what this is all about.”

미-북 협상의 경우 핵위협을 말하는데, 이때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것이며, 북한의 목표는 미국의 무기를 제한, 동결, 제거하는 협상이라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오랫동안 군축 협상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으며, 이는 미국과의 대화에서 비핵화라는 주제에서 벗어나 핵 보유국 지위를 확고히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협상에 임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을 비핵화 할 수 있는 기회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며, 미국이 다시 한 번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크게 강화하라는 것입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So, I’ve argued for massive pressure, which is a multidimensional, international, very highly coordinated campaign designed to shake the Pyongyang regime to its core. It would have economic, banking, diplomatic, military, political, human rights, and covert dimensions.”

경제, 금융, 외교, 군사, 정치, 인권 등 다양한 분야는 물론 비밀 임무까지 동원해 북한 정권을 그 중심까지 흔드는 대대적인 압박 작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각국이 고도로 조율해 국제적인 차원에서 압박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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