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나흘째를 맞아 미-북 협상을 조율해 왔던 인사들을 만나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습니다. 미-북 대화 진전 방안 등에 대한 의견교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11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한반도 담당 특사와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오찬 협의를 가졌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 2018년 8월 미 대북특별대표에 임명된 후 미-북 간 진행됐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소회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미 정권 교체 이후 미-북 대화 진전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전날인 10일에도 해슈테트 특사와 면담을 가졌습니다.
이도훈 본부장 또한 같은 날 오전 해슈테트 특사와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핵과 북한 문제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해슈테트 특사는 그동안 미-북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촉진자 역할을 한 인물로, 특히 지난해 1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실무협상이 성사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앞서 10일 아산정책연구원 강연에서 지난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출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비건 부장관] “Pyongyang has some pivotal events coming up, in particular the Eighth Party Congress in January. We strongly encourage North Koreans to use the time between now and then to set a path for the resumption of diplomacy”
비건 부장관은 “북한은 주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고 특히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갖는다”며 “지금부터 그때까지를 외교 재개를 위해 길을 닦는 시간으로 활용하길 북한에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또 “싱가포르 합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면 인권과 같은 가장 민감한 문제도 북한과 논의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와 납북돼 후 생사를 알 수 없는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 씨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북한의 비인도적 행위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11일 저녁엔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이 주재하는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함께했습니다.
강 장관은 비건 부장관이 미-한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노력해 준 것을 평가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은 미국에서 조 바이든 새 행정부의 출범을 한 달 여 앞둔 시점에 이뤄져 ‘고별 방문’의 성격이 강합니다.
비건 부장관은 강 장관과의 만찬을 끝으로 4박 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 뒤 12일 오전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