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장마당 물가는 올라 주민들은 어려움을 겼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핵심 간부를 해임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1월22일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폐쇄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해당 부문에서는 국경.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해 비루스가 침투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선제적으로 완전히 차단해야 하며…”
이 조치로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 (조중우의교)를 비롯해 10여 개의 북-중 출입로가 차단됐습니다.
그러자 북-중 물류 흐름도 끊겼습니다. 그동안 중국산 물자는 트럭에 실려 평안남도 평성과 함경북도 청진의 수남 도매시장으로 운반된 뒤 400여개의 종합시장과 장마당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국경이 갑자기 차단돼 물건이 들어오지 않자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ASIA PRESS)’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입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관광객을 북한에서 스톱시킨 다음에 국경에서 사람과 물건의 유통을 완전히 막았는데 이 때부터 갑자기 여러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물가 오름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1월9일 kg당 9천200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2월25일 kg당 1만2천700원으로 올랐습니다. 또 6천670원이었던 디젤유는 8천255원으로 올랐습니다. 연초에 kg 당 1천600원이었던 옥수수(강냉이)는 1천800원으로 상승했습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1천150원에서 1천270원으로, 달러 환율은 8천84원에서 8천991원으로 뛰었습니다.
반면 2월 초 5천670원까지 올랐던 쌀값은 4천953원으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이는 북한 당국이 군량미를 풀거나 단속한 결과라고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약간의 군량미를 풀었을 가능성이 있고, 단속이나, 왜냐면 쌀값이 폭등하면 먹는 문제가 아니라 봉기나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월 29일 노동당 핵심 간부를 해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조직지도부장인 리만건과 농업 담당인 박태덕 당 부위원장을 해임했습니다.
북한이 당 조직지도부장 농업 책임자 등 당 고위인사를 비리 혐의로 해임했다고 공개한 건 2013년 12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이후 6년여 만입니다.
관측통들은 북한이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하자 간부 숙청을 통해 기강을 잡고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28일 강원도 원산에서 합동타격훈련을 실시한데 이어 3월2일에는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제 2발을 쐈습니다.
북한이 매년 열어왔던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8일은 조선인민군 창설 기념일인 ‘건군절’ 이었는데 별다른 행사없이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또 2월16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을 기념하는 ‘광명성절’ 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앙보고대회’도 없었고 ‘김정일화 축전’ ‘미술 전시회’같은 행사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양강도 삼지연에서 열린 ‘얼음조각축전’이 유일한 경축행사였습니다.
오는 4월로 예정됐던 평양마라톤대회도 취소했습니다.
북한도 초기에는 마스크가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TV를 보면 김재룡 내각 총리는 지난 2월 4일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순천린비료공장 건설현장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2월 12일부터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일반 주민들도 2월 중순부터는 흰색과 검은색,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자 주민들이 집에서 자체적으로 면 마스크를 만들거나 장마당 또는 피복공장에서 만들어진 면 마스크를 쓰는 것같다고 안찬일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이번에 갑자기 코로나가 들이닥치니까, 마스크도 자력갱생으로 집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것도 있고, 장마당에서 만든 것도 있고..”
북한은 북-중 국경 차단 이래 각종 방역 조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2월3일 북한은 내각 장관급 간부들이 참여한 ‘중앙비상지휘부’를 설치했습니다. 비상지휘부는 평양과 지방에 격리병동을 설치해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는 주민과 외국인들을 격리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13일 격리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30일로 늘렸습니다. 23일에는 모든 수입 물자를 10일간 격리한 후 소독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또 25일부터는 평안남도 양덕온천을 비롯한 각종 공공시설 운영을 임시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중 국경 차단 덕분인지 북한에는 아직 확진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오춘복 보건상은 19일 `조선중앙TV'에 나와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오춘복 보건상/중방]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나 의진자(의심환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사람들 속에서 해이될 수 있는 공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방역에 필요한 장비나 약품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19일자 `노동신문'은 강원도 인민병원의 방역 작업을 소개하며 소독을 위해 ‘쑥 태우기’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식초는 소독에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도 실렸습니다. 이는 주민들이 민간요법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안찬일 소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북한은 민간요법을 선호하는데, 그건 중앙공급체계가 특히 의약품, 방역 이런게 재래식이다 보니, 쑥을 태우거나 하는 민간요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이 때문에 영국`BBC' 방송은 북한에 확진자가 있어도 이를 제대로 검진 못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중 국경 차단이 한 달 넘게 계속되면서 그 여파와 부작용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 주민들은 물가 오름세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부분 주민들은 배급보다는 장마당에 의존해 살고 있는데 쌀과 식용유 등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탈북민 출신인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현실적으로 하루 세 끼를 때울 수 있는 그런 식량이 공급되지 못하니까, 주민들 속에서는 장사도 하지 말고 이동도 하지 말라고 하면 죽으란 소리 아니겠냐…”
북한 전체적으로는 외화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100만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여 3억 달러가량의 외화를 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1월말부터 모든 관광이 중단됐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관광사업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외환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That can create some kind of panic, financial market..”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당분간 국경 봉쇄를 계속할 뜻을 밝혔습니다. 김형훈 북한 내각 보건성 부상(차관급)은 27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진단 방법과 치료 방법이 완전히 확립될 때까지는 이 사업을 계속 지금처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심각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고 말합니다. 북-중 국경을 계속 봉쇄하면 경제난이 가중되고, 그렇다고 국경을 열 경우 전염병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겁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