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에 대한 미 국방부의 전방위 억제 전략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한정된 국방 예산으로는 북한 등 다른 위협에 모두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20일 중국, 러시아와의 거대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 미 국방부의 접근법이 적성국의 회색지대 전략과 무력침공 격퇴에 취약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위험도 높은 작업: 미래 전략과 국방부의 전력 선택지’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국방예산안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보고서는 2018년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안보전략보고서(NDS)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 역시 지난 3월 발표한 잠정국가안보 지침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최우선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타이완 무력 침공, 러시아의 발트해 연안 국가 침공 등의 가정적 상황을 토대로 한 모의 도상훈련(TTX)을 진행한 결과 향후 국방부가 취할 수 있는 3가지 전략을 도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높은수준 억제력 전략, 차순위 위협 안보공백 위험성 높여”
“매일 경쟁전략, 유사시 무력 침공 못 막아…사후 징벌조치에 초점”
우선 첫 번째 전략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높은 수준의 억제력 구사 전략으로, 두 나라와의 단일전에 대비한 군 현대화와 구조 개편 단행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같이 유사시 승리할 수 있는 미래 역량 투자에 집중할 경우, 차순위 적성국들의 위협에 대한 안보 공백의 위험성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 전략은 두 나라와 매일 재래식 억제력 측면과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는 사이버, 우주 등의 회색지대 영역에서 경쟁하는 방안입니다.
이 전략을 취할 경우 미국은 중동과 아프리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대폭 감축하는 동시에 인도태평양과 유럽에 전력을 집중 배치하는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해군과 공군의 현대화에 재원을 집중하고 육군은 빠른 역내 전개를 위해 경량화 정책을 취하는 대신, 기존 지상군이 유지해온 중무장 역량은 동맹과 우방군의 공조를 통해 메우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중국의 타이완 침공 상황을 거론하며, 이 전략을 취할 경우 미국은 중국의 초기 침공을 막을 수 없고 타이완 점령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후 중국 본토를 겨냥한 보복 타격, 해상 봉쇄 등 사후 징벌적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 영역 경쟁 전략, 바이든 행정부 추진 접근법”
“최우선/차순위 위협 동시 억제에 초점”
보고서가 도출한 마지막 전략은 전 영역에 걸친 경쟁 전략 (Full Spectrum Competition Strategy)으로,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취하고 있는 접근 방식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략은 현재의 경쟁과 미래의 역량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는 전략으로, 중국, 러시아 등의 거대 패권국과의 전세계에 걸친 경쟁을 벌이면서도, 다른 차순위 위협에 대해서도 충분한 억제력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세 번째 전략은 중국, 러시아와 단일전에 대비하는 전략과 매일 경쟁하는 전략 등 2개의 전략 사이에서 절충한 선택지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한 국방예산안 세부 항목에도 이 같은 셈법이 반영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7천 15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안으로 최우선 순위 위협과 차순위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모두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세 번째 전략을 실현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정된 예산이 큰 제약…두 가지 우선목표 모두 달성실패 가능성”
그러면서 자칫, 중국, 러시아와 회색지대에서 매일 경쟁하는 전략적 목표 뿐 아니라 이웃국가 침공 시 격퇴할 수 있는 미래 역량 투자 달성에도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과정에서 북한이나 이란 등 다른 역내 위협에 따른 변수는 배제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공동 작성자인 베카 웨이저 연구원은 21일 VOA와 주고받은 서면질의 답변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등의 위협을 경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도, “미국의 위협 우선 순위는 중국의 도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최우선 위협인 중국에 초점을 둬야하는 상황에서 한정된 국방 예산으로는 북한 등 다른 위협까지 모두 대처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단기적 주한미군 배치 변화는 미미…대중 초점 동맹 강화는 필요”
웨이저 연구원은 향후 국방부가 보고서가 제시한 세 번째 전략을 취할 경우 주한미군 배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 질의에 "평시 상황에서 미군 배치는 단기간에 변화하기 어려운 구조를 띠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웨이저 연구원 VOA질의 서면질의 답변] “Short of a crisis situation, force posture and structure are incredibly difficult to change and any changes to them do not happen quickly. I don’t see US posture in Japan or Korea changing significantly, other than finishing up ongoing base consolidations. However, given the emphasis on China as the DoD’s pacing challenge, the United States will need to reinforce its bilateral and multilateral engagement with allies and partners in the region with the aim to reassure as well as to help build up capabilities to enhance deterrence. This requires rebuilding trust and strengthening alliances.”
웨이저 연구원은 당장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의 배치에 변화는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중국이 '제1의 추격하는 도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은 향후 역내 동맹, 우방과 양자 또는 다자적으로 억제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