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선박 100여척 남포 항 정박…석탄 밀수출 등 제재 위반 행위 중단”


북한 남포항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100여 척의 선박이 보인다. 사진 제공: Planet Labs.
북한 남포항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100여 척의 선박이 보인다. 사진 제공: Planet Lab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북한 선박 상당수가 해외 운항을 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도 막지 못했던 제재 위반 행위를 코로나바이러스가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4일 북한 남포항 일대를 촬영한 플레닛 랩스의 위성사진에는 100여 척의 선박이 보입니다.

남포의 주요 항구 인근과 서해바다 쪽에 머물고 있는 이들 선박들은 이동 시 관측되는 물살이 없는 점으로 볼 때, 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바다에 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달 촬영된 다른 날짜의 위성사진에서도 이들 선박들이 한 지점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운항 중단이 수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를 비롯해 2017년과 2018년 3월 당시 이들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 때는 항구 주변에 머물고 있는 선박의 숫자가 올해와 비교할 때 눈에 띄게 적었습니다. 남포 항을 떠나 다른 나라 등으로 운항 중인 선박이 올해보다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3월 이후 최근 까지 북한 남포항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비교하면 항구 주변에 정박한 선박이 부쩍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제공: Planet Labs.
지난 2017년 3월 이후 최근 까지 북한 남포항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비교하면 항구 주변에 정박한 선박이 부쩍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제공: Planet Labs.

영국의 민간단체인 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이런 현상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여파로 해석했습니다.

합동군사연구소는 2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해외에서 활동하던 북한 선박들이 모항인 남포로 되돌아와 운항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보고서는 지난달 2일 남포 일대에서 발견된 선박이 50척이었지만, 같은 달 14일엔 109척, 그리고 이달 9일엔 132척으로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운휴 중인 선박들에 북한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화물선과 유조선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선박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한 남포 일대에선 전례가 없는 현상이라는 게, 합동군사연구소의 분석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도 합동군사연구소의 보고서와 자체 분석한 위성사진 자료를 토대로 남포항 일대의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보이지 않는 적’이라고 불렀지만, 대북 제재에 있어선 코로나바이러스가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효과적인 동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캠페인조차 막지 못했던 석탄 밀수출 등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를 코로나바이러스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실제로 남포의 석탄 항구는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분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VOA는 1년치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해 지난해 남포의 석탄 항구에 드나든 선박이 최소 71척, 월 평균 6척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해 1월 말 국경을 전면 폐쇄했습니다.

최근 중국 해관총서가 공개한 북-중 간 1~2월 교역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북한의 수출은 72%, 수입은 23% 감소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공식 무역뿐 아니라 제재 품목이 포함된 비공식 밀무역 또한 감소하고 있는 정황이 이번 위성사진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된 겁니다.

이처럼 북한의 국경 폐쇄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대응이 북한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역은 물론 관광산업, 그리고 장마당 등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북한 내 장마당 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 연구원은 27일 ‘노스 코리안 이코노미 워치’에 기고한 글에서, 국경 폐쇄 직후 급등했던 시장 물가가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전문 매체 ‘데일리 NK’는 지난 7일 북한 쌀값이 전년도 대비 25% 올랐다고 전했는데, 이는 국경 폐쇄 직후 보였던 36% 인상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국경 폐쇄 직후 불안감에서 과도하게 반응했던 시장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 정권이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가격통제를 실시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앞서 일부 언론들은 북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정권이 쌀값 등에 상한선을 정해놨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이 같은 정부 차원의 가격통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 같은 나라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물품 거래가 정부의 통제를 피해 암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고, 낮은 가격에 물품을 팔기 원치 않는 상인들이 상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가격통제 정책은 심각한 생필품 부족 현상이 일어났을 때, 매우 한정된 기간 내에 실시돼야 한다고,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앞서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지난달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이 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 감지된 변화에 주목한 바 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I think they're two reasons. One of them is that they simply need more resources…”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이런 통제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부족해진 재원을 각종 세금 인상 등 시장 개입과 통제로 충당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