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에 체류하며 미국행 난민 지위를 신청했던 북한 계호원(간수) 출신 탈북민이 이를 포기하고 곧 한국으로 갈 예정입니다. 이 탈북민은 현지 미국대사관 측과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게 행선지를 바꾼 이유라고 말했지만, 북한에서 간수 등 인권 침해 관련 종사자는 미 당국의 규정상 난민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온성군의 인민보안성(경찰서) 구류장에서 계호원(간수)으로 근무했던 전모 씨는 지난해 탈북 후 12월부터 제3국 내 이민국수용소에서 미국행을 신청했습니다.
20대 중반인 전 씨는 1일 한국 갈렙선교회를 통해 가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에 가고 싶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전 씨] “미국 하면 지구상의 유일한 초강대국이고요. 지금 그 곳에 가서 마음껏 꿈도 이루고 공부하고 싶고 또 이다음에 통일이 되면 나라를 위해 뭔가 하고 싶어서요.”
하지만 전 씨는 유엔난민기구(UNHCR) 관계자 면담 이후 거의 넉 달째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고, 결국 한국으로 행선지를 바꿨습니다.
[녹취: 전 씨] “넉 달이 되도록 대사관에서 아무 연락도 없고, 바이러스 때문에 일이 중지됐다는 소식도 있고, 제가 여기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몸에 두드러기도 나고 미칠 지경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한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통보를 받아 절차가 진행 중이란 확답을 받으면 1년이라도 기다릴 준비가 돼 있었는데, 전혀 응답이 없어 행선지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탈북민이 제3국에 도착해 난민 지위를 신청하면 현지 유엔난민기구(UNHCR)가 먼저 조사한 뒤 당사자가 가기 원하는 나라 대사관에 통보합니다.
UNHCR은 아울러 탈북민에게 이런 사실을 통보하고 절차를 설명해야 합니다.
전 씨는 그러나 조사 후 UNHCR이나 미국대사관으로부터 전혀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일 이에 관한 VOA의 질문에, “개인의 사적 보호 차원에서 특정 난민의 정착 관련 개인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각 개인의 사례는 안보와 의료 검사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do not share personal information regarding resettlement of specific refugees due to privacy considerations. Each individual case is different and depends on a number of factors, including security and medical checks.”
미 난민 정착 절차에 관해 잘 아는 관계자는 VOA에, UNHCR이 조사 후 전 씨에게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면 미 대사관도 연락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VOA는 UNHCR에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2일 현재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탈북민 전 씨의 난민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미 정부가 난민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미국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 웹사이트에 따르면 난민이나 망명 신청자가 자국에서 박해 행위를 명령, 선동, 지원, 가담했거나 심각한 범죄,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 등 13가지 사안에 해당하면 난민 자격이 금지됩니다.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는 VOA에, 이 규정에 따라 북한 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등 주민들을 박해하고 인권 침해에 가담한 기관에 종사했던 탈북민은 기본적으로 난민 지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 정부는 대북 제재 정책강화법에 따라 인권 침해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의 개인 32명과 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 등 기관 13곳에 제재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민보안성 산하 구류장 간수 출신인 전 씨 역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미국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받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민간기구인 미국난민이민위원회(USCRI)는 홈페이지에서 제3국 내 외국인이 미국행을 위해 난민 신청을 하면 UNHCR 등록부터 총 14개 절차를 밟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부적격자 판별을 위해 미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FBI), 국방부 등이 신원확인 절차를 밟는다며, 자격 여부를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제3국에서 곧 한국으로 떠날 예정인 전 씨는 미국에 가는 게 무산돼 아쉽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노력해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 씨] “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거고 영 못가는 것도 아니고 한국 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미국에 유학을 가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보겠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