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중국에 초점을 맞춘 국방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이런 정책 변화가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됩니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국방예산을 변수로 꼽고 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을 제1의 추격하는 도전으로 간주하고 올 여름 완료 예정인 전 세계 미군배치 검토(GPR)와 내년에 공개될 국방안보전략(NDS)에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 육군대학원 산하 전략연구원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과의 전면전에 대비한 현 동북아 배치 구도는 전략적으로 무책임하다며, 중국과의 경쟁에 초점을 둔 전략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네이선 프레이어 미 육군대학원 교수는 당시 VOA에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옹호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한정된 예산과 자원을 고려할 때 중국의 위협에 초점을 둔 전력 운용의 최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배치 전력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필립 데이비슨 당시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3월 전 세계 미군 배치태세와 관련해 “오랫동안 동북아에 초점을 맞춘데서 탈피해 보다 통합되고 광범위한 배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칼 정책 차관 “주한미군 병력, 마법의 숫자 아니다”
콜린 칼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 3월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서 “현재의 인도태평양 역내 미군 배치태세는 보다 넓은 지역으로 분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칼 차관은 사전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는 주한미군은 마법의 숫자에 얽매여 있지 않다며, 한국 방어 외에 다른 역내 문제에 사용할 수 있는 작전 유연성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에 초점을 둔 국방전략이 주한미군 배치와 역할에 어떤 영향을 줄지 현 시점에서는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고 말합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한반도 배치 셈법,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워”
인도태평양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7일 VOA에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의 조율을 포함해 다양한 요소가 산재돼 있는 만큼 쉽게 어떤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It's absolutely right for these questions to be raised and work to be done to figure out what the optimum structure is and the optimum presence. And it's going to require the participation of all the different countries. United States, Korea, Japan, well, and everybody else that's involved.”
특히 중국과 유사시에 대처하기 위한 주한미군 전력의 역외 차출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안보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며, 현재의 주한미군 배치태세가 최적의 구조로 운용되고 있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연구원 “주한미군, 중국-북한 겨냥 이중용도 역량 확보 모색 가능성”
“주한미군-인도태평양 사령부 간 AOR 현대화 필수적”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방부의 향후 대 중국 전략 변화가 당장은 주한미군 배치와 운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정된 국방예산을 고려할 때 북한 뿐 아니라 유사시 중국에 동시에 대처할 수 있는 이중용도 역량 확보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 육군이 개발을 추진 중인 장거리 고정밀 타격 역량 등을 거론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closer we have it deployed to the theater, the more of China it would be able to reach. So having forward deployed forces even with long range missiles is a good. It's a good thing for the US to have"
실제로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지난달 열린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장거리 고정밀 타격 역량 확보는 한반도 내 전술뿐 아니라 작전 차원에서도 기동성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주한미군의 존재는 명목상 북한 위협 대처가 최우선이지만 가장 가까운 전진기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공격에 취약한 동시에 중국에도 위협적이기 때문에 억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육군은 극초음속 미사일, 중거리 미사일, 사거리 1천 600km 이상의 전략 장사정포 개발과 실전배치를 서두르고 있는데, 올해 국방예산안에 반영된 금액만 66억 달러에 이릅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8월 분석기사에서 사거리 1천 600km이상의 전략 장사정포 배치 유력 후보지로 한국을 꼽은 바 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지금까지 한반도와 그 외 역내 지역으로 분리해온 주한미군과 인도태평양사령부간 책임구역(AOR)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며,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맞춘 지휘구조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특히 중국과 유사시를 대비한 기밀 작전계획(OPLAN) 작성에도 주한미군이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