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직접 발주한 인도태평양 역내 미 육군 배치와 관련한 보고서가 최근 공개되면서 중국에 초점을 맞춘 배치 전략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네이선 프레이어 교수는 이 같은 셈법 변화에 주한미군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이번 보고서는 2년 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직접 발주한 연구과제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을 띠고 있나요?
프레이어 교수) “우선 이번 인터뷰와 보고서 내용이 미 국방부와 육군을 포함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미 육군대학원 전략연구원은 본질적으로 미 육군의 싱크탱크입니다. 정책입안자들에게 정책 조언을 제공할 뿐입니다. 연구는 2년 전 에스퍼 당시 육군장관의 요청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당시 육군장관실에서 인도태평양 역내 전역 설계와 관련해 전략과 작전개념, 군 역량, 배치상황, 지휘통제, 상호조약 등 5가지 구체적 질문이 내려왔습니다. 이를 한 문장으로 축약한 논제가 ‘미국의 국방전략(NDS) 목표에 명시한 인도태평양사령부 책임구역 요구사안을 2028년과 그 너머에 최적화하기 위한 미 육군의 기초적 전역설계’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지난 17일 공개됐지만, 연구결과는 훨씬 일찍 보고됐습니다.”
기자) 보고서에서는 한반도에 초점을 맞춘 역내 미군 배치태세를 전략적으로 무책임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미군 배치 재검토가 진행 중인데 어떤 시사점이 있나요?
프레이어 교수) “다시 말하지만, 국방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하겠습니다. 저희 연구결과에 대해서만 언급하자면, 한국 뿐 아니라 일본, 괌, 하와이 등 인도태평양 전역 내 미군의 재구성과 관련한 검토는 중국과의 초경쟁을 실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변화된 요구사안에 따라 현재 역내 배치된 각각의 미군 내 구성비율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대중국 전략 외에도 역내에 한국 등과의 상호방위조약에 기초한 기타 수요 또한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동시에 충족하면서 미군 배치 재검토를 들여다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향후 주한미군의 대규모 지상기동전 역량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사시 기존 육군 중심에서 해군이나 공군 자산 기반의 전투지원 성격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나요?
프레이어 교수)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 미 육군은 땅, 바다, 하늘, 우주, 사이버 등의 전장환경에서 모두 수행 가능한 다영역 작전에 기반한 군대로 탈바꿈 중입니다. 이런 증대된 육군의 역량에 비추어 어떻게 합동전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주한미군의 경우, 향후 한반도에서 미사일 방어에 대한 수요는 매우 증대될 것입니다. 물론 공군이나 해군도 이 같은 역량이 있지만 미 합동군 내에서 육군만이 갖고 있는 독자성이 있습니다. 사이버전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선 질문에서 답했듯이 향후 미군 구성비율의 재편에 방점이 놓일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주한미군의 지상전 관련 수요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중국과의 초경쟁 구도라는 상황에서는 미군 내 구성요소들에 대한 거래(Trade-off)는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군사전문가들은 군 현대화가 반드시 전쟁 승리를 장담하는 요소는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또 한반도의 경우 종단거리가 짧은 데다가 한국군 자체도 인구고령화에 따른 병력 감축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프레이어 교수) “그런 우려에 대해 동의합니다. 군에서도 `양’(quantity) 또한 `질’ (quality)로서의 성질을 띠고 있다는 표현을 흔히 사용합니다. 다만, 현재 미국은 무한한 자원을 갖고 있지 못하고,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기에 놓였습니다. 이미 미국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중동에서 병력을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관점에서는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최우선 위협입니다. 북한과 이란은 이런 최대 위협보다는 하위 부류이고요. 저희 연구는 북한의 위협을 무시하거나,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중국과 북한은 양자택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보고서는 중국과 북한 사이에서 위협 대처를 최적화하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중국 쪽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자) 최근 에스퍼 장관은 순환배치 등을 언급하며 역내 병력의 유연한 접근법을 강조했습니다. 2009년 이라크전 수요에 따라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대대가 차출되고 대신 A-10 전투기를 투입한 것과 같은 사례를 의미하는 것인가요?
프레이어 교수) “네 정확합니다. 과거 주한미군의 A-10 도입과 같은 사례가 정확히 저희 연구진이 강조하고 있는 유연한 접근법의 대표적 선례입니다. 이는 공군 등 다른 군과의 합동군 관점에서 일어나거나, 육군 내에서도 취할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하나의 자산에서 손실된 역량을 다른 방식으로 채워 넣는 셈법을 말하는 것이죠.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대중국 초점전략으로 전환하더라도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의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역내 위협이 계속 증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역내 국가들과의 공동이익에 바탕을 두면서 향후 이들 파트너와의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을 공유,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보고서에는 한국이 만일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 관점의 중심지로 발돋움한다면, 향후 정보, 지휘통제, 지속성에 방점을 둔 역량이 더욱 더 큰 가치를 띨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프레이어 교수) “우선 한국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자체적 군 현대화 역량증진으로 향후 한반도를 넘어선 안보수출국으로서 확대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미국의 관점에서 보자면, 미군의 지상기동전 역량의 수요 하락은 주한미군 내 구성 변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역량들이 좀 더 확대된 역내로 파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한국이 매우 정교한 안보구조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미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하면, 독일과 유럽국가와 같이 미국과 한국의 군사력 투사 발판(Platform)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보고서는 인도태평양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와 같은 집단안보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프레이어 교수) “그렇습니다. 인도태평양 역내는 냉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각각의 역내국가들이 관계를 맺는 바퀴축과 바퀴살 관계 (Hub and Spoke)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는 역내국가들 간 역사적 갈등 관계 등의 원인도 있습니다. 따라서 나토와 같은 집단안보체제가 당장 들어서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우선 집단안보체계 형성을 위한 초기 기능적 잠재성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미사일 방어분야의 경우 미국,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의 관련국들이 모두 북한과 중국에 대한 공동위협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해양주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현재로선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상호보완적 대처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보고서에서는 밝혔습니다.”
네이선 프레이어 미 육군대학원 교수로부터 최근 발표한 보고서 내용과 한반도 시사점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동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