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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벡톨 교수] “북한 무기확산 감시 느슨해져...유엔보고서에서도 빠져”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

대북제재 회피 실태 보고가 석탄과 유류 거래 부문에 집중되면서 북한의 심각한 무기 확산이 면죄부를 얻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브루스 벡톨 미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보고서에서 북한의 불법 무기 거래 현황이 빠졌다며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제재가 이전보다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불법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이란, 레바논, 모잠비크 등의 은행으로 압박 전선을 확대해야 효력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분석관과 국방부 선임 동북아 정보분석관을 지냈고, 북한의 무기 판매를 추적해 2018년 저서(North Korean Military Proliferation in the Middle East and Africa)로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대북제재의 효과에 대해 다양한 진단이 나옵니다. 과거와는 강도가 확실히 다르다고 평가하십니까?

벡톨 교수)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대북 제재가 있었지만, 단지 제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서류 기록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행이고, 트럼프 행정부 들어 특정 부문 만큼은 적극적으로 이행되기 시작한 게 사실입니다. 북한의 최대 수출품인 석탄에 대한 제재는 제대로 이행되기까지 1년 가까이 걸렸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에 현실화했습니다. 북한은 제재 이전 매년 10억 달러어치 이상의 석탄을 수출했고, 대부분 물량이 중국으로 갔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3억7천만 달러 상당의 석탄을 불법 수출했습니다. 정확한 추정이라면 제재 이전과 비교할 때 37% 규모로 줄어든 겁니다. 63%나 축소됐다면 파급력이 상당히 큰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북한의 유류 수입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벡톨 교수) 북한은 현재 대부분의 유류를 배를 통해 들여옵니다. 중국으로부터 송유관을 통해 전체 사용량의 90% 이상을 공짜로 혹은 헐값에 공급받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낡은 선박을 통해 불법으로 유류를 밀반입하고 있는데, 과정만 어려워진 게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석탄 수출에서 수익이 63% 줄어들고 유류 수입 비용은 늘었다면 제재는 북한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겁니다. 이는 사치품이 아니라, 밤에 평양에 불을 밝힐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것들입니다. 아무리 경제 규모가 작더라도 사회기반시설을 돌리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북한엔 바로 석탄과 석유를 뜻합니다. 따라서 북한은 지금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중국이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여전히 비판받고 있는데요.

벡톨 교수) 중국이 직접 그렇게 한다기보다 이런 거래를 중국 정부가 못 본 척하고 있는 겁니다. 유류 등이 중국 항구를 거칠 때 중국 정부가 모르고 있는 게 아닙니다. 중국이 불법 행위를 적극적으로 돕는다기 보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이야기입니다. 부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북한 경제가 붕괴되지 않도록 하려고 중국 상선이 공해상에서 북한 측에 유류를 판매하는 것을 놔두고 있습니다.

기자) 유엔 제재와 별개로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은 동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벡톨 교수) 미국, 한국, 유럽연합, 일본 등이 가속장치에서 발을 떼고 있다고 볼 수 있고,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면서 시작된 일입니다. 제재 자체가 없어졌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재를 집행하는 것입니다. 단둥에 있는 은행 1개만 북한의 불법 자금을 처리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여러 은행이 그런 과정에 연루돼 있습니다. 미 재무부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윗선의 지시 때문에 손발이 묶여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이란, 레바논, 모잠비크 등에 있는 은행에 세컨더리 보이콧(제삼자 제재)을 적용해 압박을 강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그런 나라들에서 운용되는 북한의 불법 네트워크를 오랫동안 추적해 오신 것으로 아는데요. 저서를 통해서도 실체를 알렸고요.

벡톨 교수) 이들 은행이 중요한 이유는 북한으로 현금이 유입되게 만들 뿐 아니라, 북한 무기가 이란, 시리아, 수단 등 불량국가와 테러 세력에 판매되도록 하는 불법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은행이 없으면 이런 일을 할 수 없고, 우리는 이런 압박점을 2005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이 부분을 겨냥했었고, 미국은 2017년에 또다시 그렇게 했지만 이후 뒤로 물러나 버렸습니다. 북한의 불법 금융 네트워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때까지 북한에 모든 압박을 가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이 통하고 있는 겁니까?

벡톨 교수) 흥미 있는 부분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의 연례보고서를 모두 읽어봤는데, 북한의 제재 회피와 관련해 오직 석탄과 유류 부문만 명시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실망스럽게도 무기 거래 관련 내용은 없습니다. 시리아, 이란, 수단과 같은 불량국가에 대한 북한의 무기 확산 문제는 지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 때문이었을까요?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2009년 전문가패널 신설 이래 발표한 보고서 가운데 무기 거래와 확산에 대해 가장 적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브루스 벡톨 교수의 저서 'North Korean Military Proliferation in the Middle East and Africa' 표지.
브루스 벡톨 교수의 저서 'North Korean Military Proliferation in the Middle East and Africa' 표지.

기자) 북한이 미사일을 실험할 때마다 외부에서는 기술 진전 여부에만 집중하는데, ‘판매용’임을 광고할 목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서 확산 의지를 읽어야 한다는 이런 분석에 동의하시나요?

벡톨 교수) 동의합니다. 오늘 북한에서 보는 미사일을 내일 이란에서 보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왔고 시리아뿐 아니라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에 많은 무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까지 시험해온 다연장로켓포(방사포)는 스커드-B 미사일 사거리와 맞먹는 탄도미사일이나 마찬가지이고, 바로 이란과 중동의 대리인들이 전장에서 사용하기에 아주 적합한 무기입니다. 그래서 유엔 전문가패널의 올해 보고서에 북한의 무기 확산 문제가 담기지 않은 것이 더욱 이상하다는 겁니다. 미군과 CIA를 두루 거치며 깊은 군사적 지식을 갖춘 윌리엄 뉴콤 전 전문가패널 위원과 같은 전문가가 미국 대표로 패널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란이 북한의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사려고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자) 확산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북한 미사일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벡톨 교수)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 무기를 계속 구매해 온 이유는 중국이나 러시아 시스템에 비해 전반적으로 가격이 절반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 무기를 사면 기술자들을 파견하고 이들이 현지에 머물면서 발사 시험 등을 돕는데,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관리를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이 역시 돈이 들지만, 북한의 청구서가 중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훨씬 저렴하죠.

기사) 이런 모든 구멍을 막기 위해 특히 단속해야 할 제재 영역을 꼽는다면요?

벡톨 교수) 중국의 대형 은행들이 북한의 불법 활동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제재 대상이 이란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도이치뱅크 등 유럽의 대형 은행들에 막대한 벌금을 매겼습니다. 제재 전 단계이지만,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이들 은행을 파산에 이르게 할 만큼 강력합니다. 해당 은행들은 고의로 제재 회피를 돕지 않았다 하더라도 제재 대상 국가의 자금이 드나드는 데 대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겁니다. 중국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자금인지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던 시절은 오래전에 지났습니다. 우리는 이런 은행들에 벌금을 매기기 시작해야 합니다. 북한의 불법 자금이 (중국 4대 국유 상업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을 거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건 마치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북한 돈을 다루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황당한 일입니다. 중국 은행들에 대한 조치를 당장 내일부터라도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중국을 괴롭히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유럽연합의 은행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미 앤젤로주립대 교수로부터 대북제재 이행 실태와 개선 방안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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