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빗나가면서 외부 세계가 북한을 들여다보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냉전시절 서방이 소련 지도층의 동향을 파악한 방식으로 북한 지도부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미국에 있습니다. 그 기법과 한계를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CNA 적성국 분석국장은 1980년대 미국 정부 소속으로 소련을 분석했습니다. 그 때 개발한 5단계 분석법으로 지금 북한 지도부의 움직임을 좇고 있습니다.
[고스 국장] “Number one level of analysis is bio-analysis. Who’s who in the zoo. How are they connected?”
1단계는 출신성분과 가족관계를 포함한 인물 분석, 2 단계는 인물들이 움직이는 문화적 배경 분석, 3단계는 의사결정 과정 파악, 4단계는 구조적 개인적 갈등 요인 수집, 5단계는 정권이 보내는 신호를 분석한다고 고스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정보의 조각들을 수집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석의 틀’을 갖는 것이라며, 연구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 “That takes a long time, can even take a decade or two to really develop that to a point where you have almost a sixth sense.”
목표 대상을 파악하고, 지도부의 정치 행위와 문화적 배경을 잘 알기 위해서는 10년에서 20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수준이 되면 ‘육감’이 나온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웹사이트 ‘노스 코리아 리더십 워치’를 운영해 온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같은 생각입니다.
[매든 연구원] “One of the problems we have in the North Korea leadership business is hanging too tightly onto precedents in history.”
매든 연구원은 “북한 지도부 연구에 있어 너무 과거의 선례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연구법에 이름과 시점만 바꾼 뒤 북한을 예측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매든 연구원도 ‘정보의 조각’들을 언급하며 이를 해석해 내기 위해서 북한을 다루는 외교관, 구호요원, 학자, 정부 당국자들과 계속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관련 연구 논문과 서적을 계속 읽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매든 연구원은 북한 언론매체는 물론 한국의 탈북민 매체들도 참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매든 연구원] “They don’t necessarily tell us a lot of things about the core leadership or Kim Jong Un, but they do provide a sense of the environment in which they are making decisions.”
탈북민 매체가 전하는 북한 동향은 “핵심 지도부나 김정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지는 않지만,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결정을 내리는지 배경 정보를 준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빗나간 것도 결국 이런 해석의 오류로 봤습니다.
고스 국장은 “언제나 예외가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며 “이번 경우처럼 정보의 조각들을 일직선으로만 연결했을 때 잘못된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든 연구원은 김정은 신변 이상을 예측했던 사람들이 “꼭 틀렸다”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눈 앞의 정보를 그냥 따랐을 뿐”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분석가들과 언론이 특정한 상황 전개와 특정한 발언 만을 부각시켜 ‘흥분’ 상태가 발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냉전시절 소련 지배층의 동향을 언론과 성명, 사진을 분석해 파악하는 ‘크렘리놀로지’ 기법은 지금까지도 북한을 읽는 데 유용하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이 방법은 과두정치 분석에는 적합하지 않고, 스탈린 시대와 같은 전체주의 국가들에 꼭 들어 맞는다며, 북한 언론은 규칙적인 신호를 외부 세계로 보내고 있고 지도부 단체사진 속 서열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권력층이 다양한 이란 보다도 북한 지도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쉬운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