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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열병식 훈련장 대규모 공사…과거 군사장비 은폐지점에 포장도로·건축물


북한 열병식 훈련장 일대를 촬영한 27일자 위성사진. 훈련장 동쪽 지대에 대형 도로와 건축물들이 들어섰다. 사진 제공: Planet Labs.
북한 열병식 훈련장 일대를 촬영한 27일자 위성사진. 훈련장 동쪽 지대에 대형 도로와 건축물들이 들어섰다. 사진 제공: Planet Labs.

북한의 열병식 훈련장에서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미사일 탑재 차량 등 군사 장비들이 은폐돼 왔던 지점에 포장 도로가 만들어지고 건축물이 들어섰는데, 어떤 의미인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7일 평양 미림비행장 인근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서 훈련장 동쪽 지대의 많은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북한이 과거 열병식 훈련을 하던 훈련장 중심부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이 지점은 매 훈련 때마다 미사일 탑재차량 등 대형 군사무기들이 보관되던 곳입니다.

먼저, 이달 초까지 볼 수 없던 긴 일직선 도로 2개가 확인됐습니다.

각각 500m 길이로 만들어진 이 도로들은 50m의 간격을 두고 동서쪽을 향해 평행선으로 뻗은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훈련장 중심부로 향하는 도로와 거의 붙어있습니다.

도로는 콘크리트 포장공사가 막 끝난 듯 하얀 빛깔을 띄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도로 아래에는 크기가 다른 건축물 8개가 들어섰습니다.

북한 열병식 훈련장 동쪽 지대에 대형 도로 2개(화살표)와 여러 동으로 이뤄진 건축물(네모 안)이 보인다. 사진 제공: Planet Labs.
북한 열병식 훈련장 동쪽 지대에 대형 도로 2개(화살표)와 여러 동으로 이뤄진 건축물(네모 안)이 보인다. 사진 제공: Planet Labs.

위성사진만으론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정확한 판독이 불가능했지만,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이 건축물들은 가운데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작은 연결도로들이 포장을 끝마친 상태인 점도 확인됐습니다.

VOA가 과거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본격적인 공사는 지난달 24일과 이달 3일 사이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24일엔 공사 흔적이 없었지만 이달 3일엔 굴착 작업이 이뤄진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어 이달 13일엔 도로 2개 중 북쪽에 위치한 도로의 윤곽이 보이고, 건축물들도 이 때부터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춰갔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아직 공사가 한창인 듯 흙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종합해 보면 지난 한 달간 공사가 진행됐고, 그 사이에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 열병식 훈련장 동쪽 지대의 변화 모습. 사진 위에서부터 지난달 28일과 이달 13일, 27일. 사진 제공: Planet Labs.
북한 열병식 훈련장 동쪽 지대의 변화 모습. 사진 위에서부터 지난달 28일과 이달 13일, 27일. 사진 제공: Planet Labs.

과거 미사일 탑재차량 등은 비포장 형태의 흙바닥으로 만들어진 이 일대에서 대기하다가 열병식 훈련장 중심부로 이동해 훈련에 참여해 왔습니다.

북한 군 당국은 어떤 형태의 무기가 훈련에 나서는지 감추려는 듯 매번 지붕 형태의 임시 건축물을 만들어 무기들을 그 아래에 보관했는데, 주변 도로가 포장이 되지 않아 흙바닥에 대형 차량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바퀴 자국만이 포착됐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확인된 공사가 북한의 열병식, 그리고 대형 무기차량들의 훈련 참여 방식과 얼마만큼의 연관성이 있는지 주목됩니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미 스탠포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2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열병식 훈련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The work going on in Mirim airfield…”

한센 연구원은 새로운 도로 2개가 기존 중심부의 도로와 아직 연결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도로가 연결되면 더 많은 병력과 군 차량들이 열병식 연습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대형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 운용에 포장 도로가 필요한 점을 지적하면서, 이들 무기들이 이 도로를 이용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다만 미사일 발사차량 등이 원활하게 움직이려면 도로들이 연결된 형태를 하고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이 부분을 주목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한센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위성사진 분석가인 제임스 마틴스 비확산센터의 데이비드 슈멀러 연구원도 좀 더 공사 진척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공사가 이뤄지는 곳이 임시 시설이 들어섰다 철거되는 곳이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슈멀러 연구원] “It seems like what we are seeing is that they are making…”

북한은 매년 건축물을 만들어 그 아래 차량과 장비를 보관한 뒤 열병식이 끝나면 이를 철거해 왔는데, 이번엔 영구적인 건축물을 만들어 철거와 재건축을 반복할 필요가 없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또 북쪽에 만들어진 대형 2개의 도로에 대해서도 기존 훈련장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이 지대가 군사 차량 등을 주차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지 여부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원어스퓨처 재단의 멜리사 해넘 ‘데이터요 프로젝트’ 국장은 도로의 형태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해넘 국장] “As you know North Korea has vehicles capable of going off-road…”

해넘 국장은 북한은 대형 군사장비들에 높은 가치를 매기기 때문에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하고, 따라서 잘 관리된 도로에서 운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만들어진 도로가 이들 대형 군사장비들의 이용 요건에 맞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이동식발사차량이 운용되기 위해선 회전 반경이 큰 도로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번 위성사진에선 아직 이런 도로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후 상황을 좀 더 관찰해야 한다고, 해넘 국장은 말했습니다.

올해 1월22일 북한의 열병식 훈련장에는 약 8천 명의 병력들이 대열을 이룬 모습이 포착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추가 훈련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열병식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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