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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위협에 과잉 대응 말아야...강대강 대치 불필요"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지난 16일 한국 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안 철책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지난 16일 한국 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안 철책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강경 행보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습니다. 북한의 강공 압박은 내부적 어려움을 반영한다며, 제한적 도발로 긴장을 높이려는 전략에 과잉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제안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거친 언사와 단계적 대남 조치로 한반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강대강 대치는 불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 일부에 경계병을 투입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북한 내부의 갈등과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인 만큼, 철저한 경계 태세를 유지하되 물리적 대응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의견입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앞세우는 호전성 이면에는 허약함과 취약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중국 국경 봉쇄로 인해 경제가 파괴되고 제재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잇따른 위협적 조치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I think behind North Korean belligerence is weakness and vulnerability. COVID19 and shutting the China border has devastated their economy, along with pressure from sanctions. They are looking for sanctions relief and more free stuff from Moon.”

매닝 연구원은 이런 난관 속에서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공짜 물건’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동시에 “김여정을 강인하고 장악력이 있는 지도자로 통하게 만들려는 정치적 연출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It also is a political theater aimed to boosting the image and “street cred” of Kim Yo-jong as a tough and in control leader. They are trying to pressure/intimidate the Blue House into breaking sanctions and putting inter-Korean cooperation ahead of the US-ROK alliance, and in fact, driving a wedge between the US and ROK, by exacerbating obvious tensions in the relationship.”

북한이 이런 노력을 통해 “청와대를 압박하고 협박해 제재를 끝내고, 남북 협력을 미-한 동맹보다 우선시하게 만들며, 미-한 관계에 긴장을 악화시킴으로써 두 나라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한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한국 내 탈북만단체와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청년학생 집회가 열렸다.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한국 내 탈북만단체와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청년학생 집회가 열렸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초강경 태도 뒤에는 정권과 엘리트 계층의 ‘비명’이 숨어있고, 선을 넘는 북한의 행동은 정권의 입지를 높이고 추가 양보를 얻어내려는 계략이라는 진단에 대체로 동의합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불안감을 조성하고, 우리보다 더 심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I think North Korea’s game is to create anxiety and again prove it will engage in more brinkmanship than we will. So no, while I favor resoluteness, I don’t favor going into the DMZ ourselves right now.”

그러면서 자신은 “단호함을 선호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 비무장지대 내에 당장 진출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18일, 전날부터 비무장지대 내 북한군 GP에 경계병이 추가 투입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북남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하였던 민경초소들을 다시 진출·전개하여 전선 경계 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며 "전반적 전선에서 전선경계근무 급수를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군의 '1호 전투근무체계'는 병사들에게 실탄을 지급하고 전투에 대비하는 최고 수준의 경계 근무태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매닝 연구원은 “북한이 던진 미끼에 걸려들지 말아야 한다”며 “김정은이 비무장지대(DMZ) 북쪽에 머물면서 총질을 하지 않는 한 북한을 무시하라고 조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대응해서 이로울 게 없으며, 더욱 충돌적인 상황이나 일방적 양보로 이어지게 될 뿐”이라는 진단입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My advice is to not take the bait. As long as Kim stays on his side of the DMZ and is not shooting, ignore them. I see no benefit to either the US and ROK in responding – it would only lead to more confrontation or unilateral concessions. Disrupt their playbook: It is only a provocation if you feel provoked. No need to take action if their actions are limited to undoing North-South progress.”

이어 “북한의 각본을 망가뜨려야 한다”면서 “북한의 행동은 이를 도발로 느낄 때만 도발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행동이 남북 간 진전을 되돌리는 선에 그친다면 (미국과 한국이) 행동을 취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That said, there is an urgency to respond with a military presence on the ROK side of the DMZ to mirror what they put in place. And the US and ROK need to bolster deterrence more broadly – and that would include any military exercises the CFC feels is needed to improve readiness.”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도 “현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북한을 무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 “At this point I think the smartest thing to do is nothing. We should ignore the North. Exercises should never have been cancelled in the first place so we should resume regardless.”

다만 “미-한 연합훈련은 애초에 취소되지 말아야 했다”며, 이번 일과 관계없이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주한미군 제 23 화학대대 소속 501 중대가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한국군과 진행한 연합훈련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주한미군 제 23 화학대대 소속 501 중대가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한국군과 진행한 연합훈련 사진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한 직접적 대응보다 동맹인 한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대북 접근법에 대한 이견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으로 시험대에 오른 미-한 관계의 복구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동시에 미국도 한국에 대한 안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의 의견과 재정 현실에 대해 세심한 접근법을 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I think that the North needs to understand that bullying doesn't work. At the same time, the US needs to understand that it needs stable support from the ROK side, and needs to pursue a sensitive approach toward Korean opinion and fiscal realities in order to achieve that. If the US is too abrupt with the ROK, it encourages the North to intensify its efforts to split the two allies.”

“미국이 한국에 대해 너무 갑작스러운 태도를 보이면 동맹을 갈라놓으려는 북한의 노력을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칼더 소장은 “더욱 강력한 군사적 압박이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면서도 “충돌이 발생하면 한국은 커다란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과 관련해 많은 성과를 거두기 전에 동맹 강화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수준의 (방위비 분담) 비용과 혜택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공동 이해에 도달하는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Stronger military pressure could well be one part. Everyone needs to remember, however, that if conflict breaks out it would be the ROK could well pay a heavy cost too. The US and the ROK governments need to give more attention to solidifying their own alliance, and to reaching a common understanding of what costs and benefits are equitable, before they will achieve much in relation to the North.”

미국이 북한의 단발적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오핸론 연구원은 “(미국이) 실제 (비핵화) 합의는 어떤 모습이 될지를 고려한 현실적 전략을 갖추고 외교를 활성화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What I do favor is reinvigorated diplomacy with a realistic strategy for what a deal could look like, along the lines of what I’ve argued before.”

매닝 연구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은 북한에 상호 조치와 행동 대 행동 진전을 요구하면서, 보다 관대한 비핵화 관련 제안을 올려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At the same time, the US should put a generous offer for denuclearization on the table, calling for reciprocal steps and action-for-action progress – and make sure the DPRK knows the door is open and the US is prepared to talk anytime.”

그러면서 “미국은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북한이 확실히 알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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