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이 다시 발의됐습니다. 화상 상봉과 같은 방안 마련을 위해 한국 정부와 논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욕주를 지역구로 하는 민주당의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이 4일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을 지난 회기에 이어 또다시 대표 발의했습니다.
민주당의 앤디 김, 매릴린 스트릭랜드, 공화당의 영 김, 미셸 스틸 박 등 4명의 한국계 의원을 포함해 총 21명의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법안 발의에 참여했습니다.
이 법안은 지난달 초 출범한 117대 회기에서 발의된 첫 한반도 관련 법안입니다.
5일 VOA가 입수한 법안에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한국 측과 논의할 것을 요구하는 등 지난 회기 상정된 법안과 동일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법안은 국무장관 혹은 국무장관이 지명한 사람이 미-북 이산가족 상봉 방안을 한국 당국자들과 논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방안에는 화상 상봉이 포함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안은 또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북한에 친인척이 있는 미국 내 이산가족들과도 상봉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과거 미-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깊이 관여했던 북한인권특사 자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4년 동안 공석이었습니다.
새로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정책 검토 과정의 일환으로 북한인권특사 임명도 검토할 것이라고, 국무부는 밝힌 바 있습니다.
영 김 의원은 이날 VOA에 법안 발의와 관련해 “한국과 북한 정부가 1985년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한 이래 총 21차례의 대면 상봉과 7차례의 화상 상봉을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이산가족은 완전히 제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의 보좌관으로서 미-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는 김 의원은 자신도 한인으로서 전쟁으로 인해 북한에 있는 가족과 떨어진 한국계 미국인들을 이해하고 매우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회기 처음 상정된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은 미국에서 신종 코로바이러스 사태가 불거지기 바로 직전인 지난해 3월 초 하원 본회의를 통과해 상원으로 회부됐지만 이후 처리되지 못한 채 회기가 종료돼 자동 폐기됐었습니다.
이차희 재미이산가족상봉 추진위원회 대표는 이날 VOA에, 이산가족 상봉이 실제로 성사되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법안이 다시 발의된 것은 고무적이라며 환영했습니다.
[녹취:이차희 대표] “법이 통과되고 대통령이 사인을 한다고 반드시 이것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은 급선무입니다. 전제조건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 때문에 좀 힘들지만 일단은 법을 통과시키고 나서 그 다음 문제는 또 우리가 해결해야죠.
다만 미국 정부가 이산가족들에 한해 북한 여행을 허용하도록 하는 조항이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자신도 북한에 가족이 있다는 이차희 대표는 과거 북한인권특사가 있었던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해 전임 행정부보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조금 더 희망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 핵 협상과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권 문제를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차희 대표] “비핵화 문제는 정치 문제입니다. 우리는 인권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미국 정부와 북한이 우리를 정치적인 도구로 썼기 때문입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우리는 전부 80대, 90대입니다. 인권 문제는 인권 문제대로 취급을 해달라는 거죠.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연관시키지 말라는 겁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