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6억 달러 이상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제 민간단체가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 개발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이 같은 비용 분석법은 실제 역량을 가늠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 민간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1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6억 2천만 달러를 핵무기 프로그램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은 전 세계 핵무기 철폐 운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1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ICAN “북한 지난해 핵 지출 비용, 6억 2천만 달러로 9위”
“9개 핵 보유국 총 지출액 729억 달러…전년 대비 급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핵 보유 9개 나라의 지난해 핵 개발 비용 추정치는 미국이 354억 달러로 1위였고, 이어 중국이 104억 달러, 영국 89억 달러, 러시아 85억 달러, 프랑스 48억 달러 순이었습니다.
비공식 핵 보유국인 인도와 이스라엘, 파키스탄도 모두 10억 달러를 넘긴 가운데, 북한이 유일하게 그 이하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 국가정보원과 국방연구원의 자료 등을 토대로 북한이 현재 35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전체 예산의 35%를 차지하는 국방비 중 6%가 핵무기 개발에 쓰이는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런 지출 행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지난해에만 분 당 1천180달러를 핵무기 개발에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9개 핵 보유국의 지난해 총지출 예상비용은 730억 달러에 육박한다며, 전년 대비 71억 달러 증가한 수치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핵무기 지출은 언제나 선택과 기회비용에 따른 사안이라며 “시민과 지도자들이 계속 이같은 규모의 돈을 낭비할지, 아니면 다른 대부분의 비핵보유국들의 대오에 동참해 대량살상무기를 전부 폐기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 저자 “9개 핵 보유국 무기 전부 폐기해야”
“유럽 내 미 동맹국, 전술핵 배치 반대여론 일어”
보고서를 작성한 알레시아 샌더스자크리 ICAN 정책연구 주임은 14일 VOA에 북한과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자료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관측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샌더스자크리 주임은 그러나 핵무기를 보유한 모든 나라에 대해 비판을 제기할 필요가 있고, 핵무기를 추구하거나 보유한 나라들을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핵무기는 인류와 환경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재앙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녹취 : 샌더스자크리 정책연구주임] “I would say that it is clear that nuclear weapons in all countries need to be stigmatized and it's important to always be calling out countries for pursuing and possessing nuclear weapons because they are these catastrophic weapons with terrible consequences for humans and the environment”
샌더스자크리 주임은 섣부른 핵무기 감축이 미국의 역내 확장억지력 약화로 비춰져 동맹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도층이 아닌 전체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하고 있는 유럽 내 시민들의 반발 여론을 소개하며, 해당 국민들은 자국 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 샌더스자크리 정책연구주임] “These governments at the political level minister or the defense minister will talk about how important it is to have these weapons and how catastrophic it would be if they lost these weapons. But at the actually the level of the people who would be impacted by these weapons, who would be murdered if these weapons were intentionally or accidentally used, they don't support having weapons of mass destruction on their soil.”
한편 ICAN의 정책 제언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실제 역량이나 국제정치의 현실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문가들 “동맹 불안 야기…북한 실제 역량 반영도 미흡”
에스퍼 장관 “미 핵무기 현대화 예산 고수할 것”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에 “미-중-러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제언은 비현실적”이라며, “특히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 비용 지출 삭감은 역내 동맹의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at if the US wants to maintain strong alliances with countries that don't have nuclear weapons and depend on the United States for Nuclear umbrella, then the US needs to maintain modern effective nuclear forces.”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지난 4일 국방예산 삭감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핵전력 현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계속 고수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 에스퍼 국방장관] “Frankly, my inclination is not to risk any of the modernization programs, is to go back and pull up more of the legacy programs. We need to move away from the legacy and we need to invest those dollars into the future”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ICAN이 제시한 비용 기반 분석법은 북한의 실제 역량을 가늠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If I were to take and try to make the nuclear weapons that North Korea made, say last year, if I tried to make them in the US, it would cost me several times more than what it costs North Korea to make those weapons because North Korea has got scientists and they're paying very little to. They're paying very little for much of the costs of the nuclear weapons.”
베넷 선임연구원은 비용 기반 분석법은 각국의 실질물가를 반영한 GDP 구매력평가지수(PPP)를 감안하지 않았을 뿐더러, 북한의 경우 인건비 등의 요소들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