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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 잦은 친서 교환…미북협상 재개 한국 중재역할 주목


한국 파주 통일전망대에 지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사진이 전시돼있다.
한국 파주 통일전망대에 지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사진이 전시돼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이후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북 협상 재개를 위한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다시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남북 통신선 복원 조치와 이어진 미-한 연합훈련 중단 발언도 결국 미국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을 남북한이 복원하기로 했다며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이후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친서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두 정상이 남북관계가 오랜 기간 단절돼 있는 데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조속한 관계 복원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관측통들은 남북 정상 간 여러 차례의 친서 교환 과정에서 미-북 협상과 관련한 논의도 수반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과 북한의 통일전선부간 비공개 창구도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보고에서 북한이 미-북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광물 수출 허용, 정제유 수입 허용, 생필품 수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생필품에는 평양 상류층 배급용인 고급 양주와 양복도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그동안 대미 협상 재개를 위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포괄적 전제조건을 내세운 데 대해 국정원이 보다 구체적으로 전제조건의 내용을 적시한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국정원의 이런 언급에 대해 비핵화 협상의 조건을 놓고 한국이 미-북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미-북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남북관계 진전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상대는 미국이라며, 북한이 한국을 통해 미국과 간접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박지원 원장의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원하는 바가 다 미국에게 원하는 거거든요.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 전후에도 친서 교환이 있었다고 박지원 국정원장이 그 당시에 말했거든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한국의 남북 협력과 관여를 지지한다고 얘기했거든요, 공개적으로. 그렇게 보면 북한은 사실상 한국 정부를 중심으로 미국과 간접대화를 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한국이 북한의 요청에 따라 메신저 역할에 나선 것은 아니더라도 미국과 남북한 삼자 간 공유하고 있는 의제들을 남북 정상 또는 정보기관 간 교류를 통해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대미 입장을 전달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뤄진 미-북 양자간 직접 소통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여의치 않게 되면서 북한이 한국의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미국과의 소통채널로 한국을 활용하기 위해 대남 자세를 유화적으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새로 들어선 바이든 정부에 대해선 어떻든 한국의 역할이 상당히 초기에 필요하게 됐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한국 역할을 주문하기 위해선 남북관계를 계속 냉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좀 더 화해무드를 조성하고 한국에 대해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이런 게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남북관계를 ‘반전’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한번 활용해보겠다고 이렇게 나섰다고 봐야겠죠.”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을 통해 미-북 협상 재개와 관련한 협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실제 협상에 나서기 전엔 자신들의 카드를 숨기는 게 원칙이라며 국정원의 언급은 북한과의 협의 결과라기 보다는 수집된 정보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역할을 부여했다고 하면 한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미국에 어떻게 전달하고 대화 재개나 이런 부분까지도 깊숙이 논의했어야 된다고 보는데 그런 내용은 박지원 국정원장의 발언에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거든요. 그리고 김여정 부부장이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남북간 긴밀한 협의의 결과는 아닌 것으로 보여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중재자로서의 한국 정부의 한계를 익히 알고 있다며,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상황에서 굳이 한국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통신선 복원 직후 미-한 연합훈련 중단을 압박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것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에 대한 관심 보다는 상대 진영의 정치적 교란을 노린 행보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통신선 복원을 먼저 한 후에 연합훈련 문제 제기를 한 것은 북한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되고요. 북한이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서 연합훈련 중단을 노력해보고 한-미 간 이견을 부각시키고 그리고 이후에 혹시라도 남북관계를 계속 가져갈 생각이 있다면 확실한 우위에 선다, 아니면 이것을 명분으로 북한이 앞으로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있는 그런 쪽으로 활용한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데요.”

신범철 센터장도 연합훈련 중단 요구는 일차적으로 한국을 흔들고 이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보인다며 연합훈련 실시 여부에 따라 북한이 추후 행동 방향을 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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