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자 국제사회에선 중병설은 물론 사망설까지 나돌면서 그의 신변에 대한 궁금증에 휩싸였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의 20일 만의 재등장 모습을 놓고 의도된 연출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는 지난 2일 오후 3시쯤 시작된 정규방송 첫 순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참석한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소식을 약 15분 분량의 영상과 함께 내보냈습니다.
앞서 2일 오전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인쇄매체를 통해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영상도 공개한 겁니다.
‘조선중앙TV’는 통상 영상을 편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 첫 보도는 사진으로 처리하고 저녁방송 시간에 영상을 공개하지만 이번만큼은 첫 방송 시간부터 신속하게 영상을 방영했습니다.
20일 동안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망설까지 돌았던 김 위원장의 건재를 대내외에 알리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라는 지적입니다.
영상에는 김 위원장이 걸어 다니거나 서서 대화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담겼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야외 준공식 행사장에 입장해 대규모 인파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입장했고, 준공 테이프를 자른 뒤 서서 손뼉을 치기도 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며 여유를 부리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의 재등장 시점과 제스처가 대내외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치밀한 연출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국제사회의 중병설 심지어는 사망설이 북한 내부로 유입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공개 행보에 다시 나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자신의 신변을 둘러싸고 외부 사회에서 온갖 억측들이 난무했지만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자신의 신변에 대해 이미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재등장 시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한국과 미국이 각종 정보자산을 통해서 김정은 현재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니까 그 이상 중병설이 퍼진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었고 또 잠행을 계속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우스운 상황이 된 거죠.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본인이 나서서 건재를 과시하는 게 자기한테 더 유리하지 않았겠느냐 그렇게 판단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재등장 무대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으로 잡은 것은 미리 잡힌 일정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경제 성과에 쫓기고 있는 김 위원장이 `애민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의 주 타격 전방이 농업전선이라고 그랬거든요. 지금 북한에서 가장 절박한 게 비료입니다. 그리고 비료 중에서도 인비료가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비료공장이 아주 중요하죠.”
조 박사는 그러나 이번 준공식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등은 자신의 건강을 놓고 퍼진 온갖 억측들을 반박하기 위한 연출일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매체의 이 같은 보도에도 일각에선 여전히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선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원산에서 체류했을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나 신종 코로나로 동선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