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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김정은의 '입과 귀'…대미정책에서 막후 조정, 대변인 역할 할 듯"


지난 6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발언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발언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한국에 대해 중요한 발언을 직접 내놓곤 했던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미국의 신임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막후 조정자 역할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메신저 역할 등을 맡겠지만 직접 핵 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신임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역할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웹사이트 ‘노스 코리아 리더십 워치’를 운영해 온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22일 VOA에 “김여정은 김정은에게 밀접하게 접근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수 있는 북한의 핵심 엘리트”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안보 정책을 좌우하는 김 위원장의 최측근 10여 명 가운데 들어간다는 설명입니다.

[매든 연구원] “Kim Yo Jong is a core DPRK elite who enjoys a high degree of access and influence with Kim Jong Un. This places her in a cohort of about a dozen close aides and advisers who drive, formulate and deliberate on N Korea’s national security policy.”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사라 보글러 연구원은 김여정 부부장을 김정은 위원장의 “매우 가까운 심복(confidant)”이자 김 위원장이 전 세계를 통틀어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김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보글러 연구원] “So her role is I don’t think can be really overstated. She needs to be paid very close attention to. There’s a lot we can learn from her presence at these meetings or any kind of speech that she makes..”

보글러 연구원은 22일 “김여정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긴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여정이 북한의 공식 회의에 참여하는 모습과 발언을 통해 북한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김여정이 최근 당대회에서 직책이 강등됐음에도 위상이나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바이든 정부가 김여정에게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모든 결정은 김정은 위원장이 내리지만, 김 위원장과 가깝다는 점과 그를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이 김여정에게 영향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대미 정책에서 김정은 대변인”… “막후 조정 역할”

김 연구원은 김여정 부부장이 미국과 한국에 대응하는 데 있어 앞으로도 계속 ‘정책의 시행자’(implementer)이자 ‘확성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 연구원] “In dealing with Washington and South Korea, she’s probably going to be continuing the role of the implementer, the loud speaker in North Korea, where she gets to articulate Kim’s frustrations toward Washington and Seoul’s decision making.”

미국과 한국이 내린 결정에 대해 김 위원장이 느끼는 불만을 명료하게 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지난 2018년 4월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직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명록 작성하려고 하자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오른쪽)이 보조를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직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명록 작성하려고 하자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오른쪽)이 보조를 하고 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VOA에 김여정 부부장이 대미 정책에 있어 막후에서 촉진자 역할을 하며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한 정책을 전반적으로 관장하더라도 구체적인 대외 전략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전문가들에게 맡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북 핵협상에서 직접 협상가로 나서지 않을 것”

고스 국장은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핵 협상가로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고스 연구원] “The way the North Koreans negotiate is they want to put somebody in the room who is not in a position to agree to anything, but they can carry the message back. And then maybe more senior person like Kim Yo Jong could come forward with an answer to the question.”

북한의 협상 방식은 “아무것도 합의할 수 없는 사람을 협상장에 보낸 뒤 메시지를 받아 오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후에 김여정 같은 더 중요한 사람이 상대방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을 가져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여정이 핵협상에 관여한다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목적이지 협상하려는 게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랜드 연구소의 수 김 연구원도 김여정이 상징성 때문에 협상단에 포함될 수 있겠지만, 결국 협상은 “최선희와 같이 미국을 연구한 노련한 협상가들”이 맡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NA의 보글러 연구원도 대미 핵 협상에는 최선희 제1부상과 같은 사람이 나설 것으로 본다며, 다만 김여정이 “김씨 일가의 대표”로 협상 장소에 나타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김여정 회담 추진해야”

윌슨센터를 방문 중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2일 발표한 분석자료에서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간 회담을 통해 핵 합의안을 만든 뒤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위원은 22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김여정이 북한의 사실상 2인자 인데다 북한의 대미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며 “이전과는 다르게 비핵화 협상의 방향까지도 김여정이 직접적으로 관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여정이 협상 대표로 나와야 미북 간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 위원] “김여정은 당연히 군부보다 위에 있고, 그래서 군부보다도 정권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하는 그런 입장을 가질 수 있는 반면에 외무성 같은 경우는 군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비핵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없죠. 그래서 김여정이 협상에 나오고, 미국에서 단계적 비핵화, 단계적 핵 감축 방안을 가지고 나온다면 양측이 타협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정 위원은 최선희 제1부상의 경우 최근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지위가 격하돼 북한 서열 130위 밖으로 떨어졌다며 “그런 최선희를 상대로 뭔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리선권 외무상은 공식 서열이 30위 밖에 안 되고, 그 위로 군부 인사들이 위치해 비핵화와 관련해 실질적인 협상을 이끌어 낼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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