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강경 조치를 천명한 가운데 북한과의 접경 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경기도가 대북 전단 살포를 원천봉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탈북민 단체는 자의적인 법 적용이라며 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경기도가 접경 지역 일부를 ‘위험구역’으로 지정해 대북 전단 살포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등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원천 봉쇄하기로 했습니다.
이재강 경기도 부지사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재강 부지사] “경기도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는 위험천만한 위기 조장 행위라고 판단합니다. 경기도의 제1책무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도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방치하지 않겠습니다.”
경기도가 발표한 대북 전단 원천봉쇄 방안은 재난과 안전기본법에 따라 김포와 고양 파주 연천 등 시군의 접경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대북 전단 살포자의 통행을 제한하겠다는 겁니다.
위반 때 특별사법경찰단을 투입해 현행범으로 체포해 수사기관에 인계하는 등 형사처벌을 받도록 할 방침입니다.
또 폐기물관리법과 해양환경관리법을 적용해 대북 전단 살포를 쓰레기 무단 투기 행위로 간주해 위반 때 처벌하고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중단 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을 적용해 미등록 운전자를 처벌하겠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하지만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벌여 온 탈북민 단체 측은 경기도의 이 같은 원천봉쇄 방안이 위법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지난 2014년 대북 전단 살포 뒤 북한이 연천군 중면에 고사총을 발사한 것을 사례로 들면서 전단 살포와 이로 인한 충돌을 재난과 안전관리 기본법 상 ‘사회재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해당 법률은 시도 지사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위험구역 설정과 통행 제한 등 응급조치를 지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법이 규정한 사회재난은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화생방 사고, 환경오염 사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국가 핵심기반의 마비,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의 확산,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로만 규정돼 있습니다.
탈북민 단체 측 변호를 맡고 있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태훈 대표는 경기도가 법 적용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태훈 대표] “대북 전단이 사회적 재난행위에 어디에도 해당이 안되죠.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적용을 하는 건데 그건 위법하죠, 그렇게 하면 안되죠.”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옥외광고물법이나 폐기물관리법, 해양환경관리법 위반으로 단속하거나 처벌한 사례 또한 없어 법 적용의 정당성 시비가 불거질 전망입니다.
앞서 청와대는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벌여온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등 탈북민 단체 두 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탈북민 단체들은 한국 정부의 강경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큰샘은 북한 주민들을 순수하게 돕기 위한 것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오는 21일 강화에서 쌀 페트병을 북한에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도 오는 25일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풍선과 드론 등을 이용해 김정은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 전단 100만 장을 날릴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