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긴 국군 포로들이 배상액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경문협 측을 상대로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군 포로들이 이 소송에서 이길 경우 북한에 귀책사유가 있는 다양한 사건들로 피해를 입은 한국 국민들의 비슷한 소송 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민간단체인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긴 국군포로들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경문협 측을 상대로 추심금 청구 소송을 16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냈다고 밝혔습니다.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승소 판결 이후 서울중앙지법이 추심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경문협은 차일피일 미루며 손해배상액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앞서 법원은 북한군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한 뒤 탈북한 한모 씨와 노모 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7월 피고들은 한씨와 노씨에게 미화로 약 1만9천달러인 2천100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국군포로 변호인단은 승소 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지난 8월 4일 북한이 경문협에 갖고 있는 채권 즉 저작권료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채권 압류와 추심명령을 받았습니다.
경문협은 2004년 남북한 민간 교류와 협력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경문협은 2005년 북한 내각 산하 저작권사무국과 협약을 맺어 북한 출판물, 방송물 등의 한국 내 저작권을 위임받았고, 이후 한국 방송사 등으로부터 대신 징수한 저작권료를 북한측에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로 송금이 어려워지자, 이듬해 5월부터는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왔습니다.
국군포로 변호인단은 경문협이 공탁한 금액은 현재 20억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문협 측은 이 같은 법원의 추심명령에 즉시 항고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문협 측은 저작권료를 받을 주체가 ‘조선중앙TV’와 같은 원저작자이고 북한 당국이 아니기 때문에 추심명령이 부당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군포로 법률 대리인인 엄태섭 변호사는 ‘조선중앙TV’ 등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임을 받았을 뿐 저작권료을 받는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엄태섭 변호사] “이번 소송은 피고 자체를 아예 경문협으로 바꿔버린 다음에 경문협을 상대로 한 추심 청구소송이고 여기서 이기게 되면 직접적으로 채무자가 경문협이 되기 때문에 본인들의 채무가 북한이 아니고 ‘조선중앙TV’라는 식의 얘기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16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80명의 탈북 국군포로 가운데 생존한 사람은 20명뿐이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아흔살이라며 경문협이 법원의 추심명령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박선영 이사장] “우리 물망초는 대한민국 법이 규정하고 있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서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의 명예를 회복해 드릴 것입니다.”
경문협 측은 법률적으로 쟁점이 많고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 큰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법원이 추심청구를 받아들여 국군포로에 대한 배상이 이뤄질 경우 북한에 귀책사유가 있는 각종 사건들의 한국측 피해자들이 비슷한 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에 의해서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이라든지, 한국전에서 발생한 수없이 많은 학살사건이라든지, 민간인 피해사건이라든지, 재산상의 손해문제라든지 그 다음에 실향민들이 북쪽에 갖고 있는 재산권 문제가 있거든요. 이 사건의 여파는 아주 굉장히 많은 부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죠.”
조 박사는 한국 헌법에 근거해서 보면 북한은 한국의 법 적용을받는 반국가 단체일 뿐이므로 북한의 불법 행위로 입은 한국 국민의 피해는 모두 소송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향후 이 같은 소송이 많아질 것이라면 서 장기적 관점에서 이번 소송을 남북관계를 제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