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살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 내 탈북민 단체가 국제 인권단체와 함께 유엔에 한국 정부에 대한 진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전단과 물품을 북한에 살포한 탈북민 단체 두 곳에 대해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 전단 살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 내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국제 인권단체들과 함께 한국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상학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이헌 변호사는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대표가 국제 인권단체들과 소통하면서 이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등 2개 탈북민 단체에 대해 전단과 물품을 북한에 보내는 행위를 금지한 조치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국제사회에 정식으로 묻겠다는 취지입니다.
이헌 변호사 입니다.
[녹취: 이헌 변호사] “이런 공권력의 행사가 북한 당국에 비굴하게 굴종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나 아니면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이에 대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이게 기본적인 입장이에요.”
박 대표는 이를 위해 미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연대한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솔티 대표와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토르 할보르센 인권재단 대표 등에게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솔티 대표는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15일 자로 보낸 서한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풍선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활동과 같은 인권 활동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라는 행위로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할보르센 인권재단 대표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상학 대표가 기소될 경우 유엔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17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남북 간 긴장을 초래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녹취: 조혜실 부대변인]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보장 등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은 남북 간 긴장을 유발하지 않고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조 부대변인은 이어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며 “유엔 등 국제사회도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이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북한 인권 증진에 기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이날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등 두 개 탈북민 단체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통일부는 두 단체의 소명 내용과 관련 증거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이들 단체의 전단과 물품의 대북 살포 행위가 법인 설립목적 이외의 사업에 해당하고, 정부의 통일정책이나 통일 추진 노력을 심대하게 저해하는 등 설립허가 조건을 위배했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해쳤다며 법률상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인 설립 허가가 취소됨으로써 이들 단체들은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이 취소되며 기부금 모금이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또한 각종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박 대표 측 이헌 변호사는 “통일부의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한국 경찰은 박상학 대표와 박 대표의 동생인 박정오 ‘큰샘’ 대표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앞서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월31일 경기 김포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체제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 전단 50만장과 1달러 지폐 2천장, SD카드 1천개를 대형 풍선 20개에 실어 북한 측으로 살포했습니다.
또 ‘큰샘’은 5월29일까지 총 100회에 걸쳐 쌀을 담은 페트병을 인천 앞바다에 띄워 북한으로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