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들의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최근 미국에서 공개됐습니다. 증언에 나선 해커 출신 탈북민은 북한이 다양한 사이버 활동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북한의 해킹과 관련한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지난 23일 공개했습니다.
'북한 해킹 부대의 삶'이란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실제 해커 출신 탈북민의 증언을 통해 북한 해킹 그룹 조직원의 삶을 그렸습니다.
신변 보호를 위해 영상에 직접 등장하지 않고 가명인 '정'을 사용한 이 탈북민 해커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북중 접경지역 중국 도시의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대학생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자신과 같이 컴퓨터를 전공해 프로그램을 만들 줄 아는 인력을 위한 채용이 있었다며 이에 지원해 발탁된 것이 '북한 해커'로서 활동을 시작한 첫 단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씨는 이후 중국의 한 도시로 파견됐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인이 무상으로 임대해 준 3층짜리 건물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초반 임무는 정상적인 일로,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들이 이용하는 웹사이트에 등록해 전 세계 고객들로부터 프로그램 제작을 의뢰받아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해킹 활동이 시작됐고, 이는 기간 산업 등에 대한 해킹 공격이 아닌 철저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의 활동이었습니다.
가령 시장에 나온 바이러스 방지 프로그램을 해킹한 뒤 이를 복제해 의뢰인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둔갑해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돈을 받았다는 겁니다.
정 씨는 또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도 돈을 벌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캐릭터 간 전투 등을 통해 점수를 높이는 유명 게임인 '리니지'등과 같은 온라인 게임에 해커가 직접 참여했다는 겁니다.
다만 해커 본인이 캐릭터를 직접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 없어도 스스로 활동 가능한 악성 프로그램, 일명 '봇'을 만들어 게임에 투입시킨 뒤 자동적으로 점수를 높였다고, 정 씨는 말했습니다.
또 게임에서 사용되는 아이템을 다른 게임 사용자와 거래했다며, 개당 아이템을 약 100달러에 팔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활동을 통해 1년에 최소 10만 달러를 벌었지만 대부분 북한 관리를 통해 북한 정권으로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특정 북한 관리만 은행계좌를 만들어 돈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주어진 할당량을 제대로 채우지 못할 경우 다시 북한으로 보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씨는 또 북한이 관리자를 보내 중국에 파견된 북한 해커 조직들의 활동을 확인했으며 나아가 모든 해커들은 매주 토요일에 다 같이 모여 사회주의에 대한 교육을 계속 받는 등 끊임없는 관리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강조가 이어질수록 해커들의 괴리감이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외부 세계의 정보에 노출된 이상, 북한 정권이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다큐멘터리는 바로 이 부분이 해커들이 자유를 찾아 북한을 떠나길 결심하게 되는 이유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정 씨는 자유를 찾아 탈북을 결심했고 현재는 한국에 들어와 바이러스 제작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정 씨의 사례 외에도 북한의 해킹 부대 활동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설명했습니다.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내부 기반시설 발전을 위해 중국이나 러시아, 동독 등에 인력을 파견해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을 들여왔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이를 군대 조직에 적용시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해킹 부대를 더욱 증강시키고 있다며 이 부대의 큰 장점은 재래식 무기 개발 등과 달리 투입 비용이 많지 않다는 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 해커들의 활동은 대부분 북한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북한 내부에 활용 가능한 IP 숫자가 제한적인 이유도 있지만 북한 당국이 외부 세계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꺼리는 이유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