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양측이 3차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기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열고 전쟁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북한이 대화 재개 때 유리한 입지를 염두에 두고 간접적으로 군사카드를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와 비공개 회의를 연달아 주재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내용만을 놓고 보면 주된 행사는 확대회의였지만 정작 시선을 끄는 것은 비공개 회의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비공개 회의는 한반도 주변에 조성된 군사정세와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중요 부대들의 전략적 임무와 작전동원 태세를 점검하고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기 위한 핵심 문제들을 토의했습니다.
이와 함께 핵심적인 중요 군수생산계획 지표들을 심의하고 승인했습니다.
비공개 회의에는 김 위원장과 리병철 부위원장, 오수용 당 부위원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김수길 총정치국장 등 군을 중심으로 한 핵심 간부 15명만이 참석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러나 대략적인 비공개 회의 안건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비공개 회의 사진을 공개했고 대내매체인 ‘조선중앙TV’도 확대회의 영상을 신속히 공개하면서 말미에 비공개 회의 장면도 함께 내보냈습니다.
북한 매체가 당 중앙군사위 비공개 회의라는 이름으로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다분히 대내외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토의됐다고 보도된 ‘전쟁억제력 강화 방안’이라는 표현에 주목했습니다.
지난 5월 24일 7기 4차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때 언급됐던 ‘핵전쟁 억제력’이라는 표현보다 절제된 용어를 구사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화상으로 열린 7기 5차 예비회의부터 핵이라는 단어를 빼며 대미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이 주요 안건 결정보다는 현안토의 성격의 비공개 회의를 굳이 매체를 통해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그러나 ‘한반도 정세’와 ‘잠재적 군사적 위협’을 언급하며 군사력 강화 노력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대미 압박 효과를 노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비공개 회의라는 것은 직접적 압박이 아니라 우리가 뭔가 예비카드를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간접적 압박을 가하는 방식을 택한 거죠.”
김 위원장이 비공개 회의에서 전략무기 개발의 핵심인 리병철 당 부위원장과 신형 단거리 미사일 4종 개발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박정천 총참모장 등을 세워두고 지시하는 모습이 매체에 실린 것도 이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회의는 미국과의 3차 정상회담 여지를 남겨 놓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나 한국을 자극하기 보다는 복잡한 대내외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 위한 ‘숨고르기’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 수뇌부가 다음달로 예정된 미-한 합동군사연습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 등 상당히 절제된 모습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걸 단기간 내 받아내야 할 그런 이유는 충분히 있는데 일단 너무 압박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금 여러 가지 상황이 안 좋으니까 재선의 악재로 등장할 수도 있고 그래서 여러 가지 상황상 조금 상황을 관망하면서 그 다음 수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할 수 있는 여러 카드는 다 열려 있다, 연합훈련을 한다든지 하면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도 물론 열려 있고요.”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박사는 북한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이번 비공개 회의에서 다뤄진 안건들은 핵과 미사일 등 이른바 ‘비대칭 전력’의 지속적인 개발과 증강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핵심적인 중요 군수생산계획 지표들을 심의하고 승인했다”고 보도한 대목에 대해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신형 무기체계 양산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박사] “북한이 작년 5월부터 금년 3월까지 17차례 걸쳐서 방사포를 포함한 전술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마지막엔 시범사격까지 마쳤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그것을 양산 과정에 들어가서 실전배치하려는 계획들이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선 군에 대한 노동당의 영도를 강화하고 군 내의 정치사상 생활과 일반적 군사사업 문제 등이 논의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이 보도된 것은 보도날짜를 기준으로 지난 8일 김일성 사망 26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이후 11일 만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