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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WHO서 “코로나 확산 막으려면 제재 해제 필요”


제73회 세계보건총회가 개최된 18일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0) 본부에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화상으로 개최식 연설을 하고 있다.
제73회 세계보건총회가 개최된 18일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0) 본부에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화상으로 개최식 연설을 하고 있다.

북한이 세계보건기구, WHO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면서도 세계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국제 무대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를 제재 해제의 논리를 선전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화상회의로 진행된 세계보건총회, WHA에 참석해 서면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한 자국의 입장을 제출했습니다.

WHA는 세계보건기구 WHO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북한도 WHO 회원국으로서 이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북한은 회의 석상에서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WHO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면 입장문에서 북한은 자국에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여전히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혀온 북한이 국제 기구의 회의를 통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겁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단 한건의 신종 코로나 확진도 없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그 공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탁월한 지도력과 무상 의료체계 등으로 돌렸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부실한 방역과 의료체계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전염병 감염 사례를 인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민심의 동요를 우려해야 하는 체제 특성에서 비롯된 반응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난 3월17일 평양종합병원 기공식 때 김정은 위원장이 그랬거든요. 평양에 조차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다는 것을 자아비판했거든요. 그런 열악한 상황을 본인이 인정을 했는데 (의료체계의) 우월성 때문에 확진자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거죠.”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기공식 연설에서 “솔직히 말해 당은 지난해 연말 당 중앙전원회의에서 수도에 마저 온전하게 꾸려진 현대적인 의료보건 시설이 없는 것을 가슴 아프게 비판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은 또 입장문에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더라도 인민의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게 김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라고 밝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난이 심각함을 간접적으로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면 국가 간 강력한 연대와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며 “일방적인 경제·금융·무역 제한, 유엔 헌장과 기타 국제법을 부정하는 반인도적 제재, 지원과 관련한 모든 종류의 차별과 정치화”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신종 코로나의 전 세계 확산으로 취약국가들에 대한 지원과 국제사회 제재 대상국들에 대한 인도적 분야의 일시적 제재 완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을 북한이 제재 해제 필요성을 선전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역으로 북한이 제재 얘기를 하면 할수록 그만큼 제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되니까 지금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재를 일단 완화하거나 예외로 하는 게 중요하니까, 코로나 정국에서 서구에서도 그런 얘기가 좀 나왔거든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제재를 당분간 완화하거나 해야 된다, 그런 얘기들이 나오니까 당연히 받아서 북한의 입장에선 그렇게 얘기를 하겠죠.”

북한은 입장문에서 또 “신종 코로나 재앙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일부 국가들의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며 “WHO의 경고를 무시한 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WHO와 한 회원국에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WHO와 중국에 대한 신종 코로나 확산 책임론을 에둘러 비난한 겁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미-중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대북 제재를 풀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미국에 맞서 중국과 국제 무대에서 보조를 맞추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국제사회에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제재 해제를 이미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미국을 향한 견제, 그런 지속적인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있겠죠.”

이 교수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편으론 중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론 국제 무대에서 제재 해제 논리를 선전하는 계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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