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아프간 정책을 비판하며 반미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의 강도를 봤을 때 북한이 미국과의 관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20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여 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웹페이지에 올린 논평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아프간 사태를 놓고 미국을 비판한 내용을 소개한 뒤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은 미국이야말로 세계 평화의 교란자,
파괴자이며 저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서슴지 않는 파렴치한 국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VOA에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더불어 미국에 대한 비판에 가세한 것과 관련해, 현 상황은 이 세 나라가 대내외 선전전을 벌이기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주요 외교 관여 정책에서 물러선 것과 그것이 시행된 방식이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을 세 나라는 만족스러워하며 바라볼 것이라는 겁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They're happy at US withdrawal, and they're happy at the picture of the United States deserting, a former partner and they would want the same for us. South Korean relations.”
특히 북한의 경우,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길 바라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 있다고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지적했습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 역시 중국과 러시아가 아프간 상황을 정치적인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China and Russia, China in particular, has already begun to exploit the situation in Afghanistan from a propaganda perspective. You can see their propaganda against Taiwan.” 특히 중국의 경우 타이완에 대한 선전 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겁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프간 상황은 미국이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t really punctuates the long term trend of the US losing influence in Central Asia, as Russia and China consolidate their position. But that's been going on for a long time.”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경제적인 협력과 사회기반시설 사업 등을 확장해 가고 있고 러시아는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정권과의 안보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Chinese have expanded their economic cooperation and infrastructure projects in Central Asia, and the Russians have been restoring their security relationship with the authoritarian governments and Uzbekistan and Kazakhstan and Tajikistan and so forth. And to some extent, the Chinese and the Russians could inherit some problems with the return of the Taliba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도 탈레반의 귀환으로 인한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현 상황에 대해 더 강한 논평을 내놓지 않은 점에 주목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한국을 향해 ‘미국이 한국을 지켜줄 것이라고 의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n the old days, North Korea would take advantage of the situation and say, see South Korea, you can't depend on the US to protect you. But, the fact that they didn’t, it's an indication that the North Koreans are keeping open the hope that US-North Korea talks can resume.”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그런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At least for now it does seem to indicate that the North Koreans are being very careful not to antagonize the US.”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적어도 지금은 미국이 자신들에게 적대감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이 상황을 이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아프간 상황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 think that they're still probably trying to figure out how best to exploit things. Things are still unfolding. It is possible that they don't want to go too far right now, if their intention is to come to the negotiating table.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차후 협상장에 나올 의도가 있다면 지나치게 앞서 나가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대화 의지에 회의를 나타내며, 북한의 메시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 have a fairly pessimistic view of North Korea's interest in dialogue. With North Korea, we always have to just wait and see what happens next, but I think we've had far more examples of over-interpreting a North Korean softer message as indicative of positive change that's occurred much more often than underestimating North Korea's benevolence.”
과거 북한이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았을 때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과대 해석하는 일은 북한의 선의를 과소 평가하는 일보다 훨씬 자주 일어났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역시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북한이 내놓은 메시지를 크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나 중국과 달리 북한은 세계적인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국이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 don't think North Korea plays at all at the same level that Russia and China play. They’re world actors and, you know, Afghanistan is very far from. It’s outside North Korea’s league, so I don't see them playing in the sandbox, in the same ballpark.”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북한이 내놓는 메시지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메시지와 같은 무게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