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늘(25일) 한반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습니다. 한국 정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25일 오전 7시 6분, 그리고 7시 25분께 북한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이번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450km, 고도는 약 60km로 탐지됐고 세부 제원은 미-한 정보 당국이 정밀분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미-한 정보 당국은 이번 미사일을 지상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3월 29일 강원 원산에서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주장한 이후 약 1년 만입니다.
또 지난 21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쏜 이후 나흘만에 또 다시 무력시위를 벌인 겁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6일 미-한 연합훈련을 비난하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18일 ‘적대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대미 담화를 내놓은 이후 이뤄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25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최영삼 대변인] “오늘 아침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유관국들과 향후 대응에 관한 협의를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NSC 상임위원들은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발사 배경, 의도 등을 정밀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NSC 상임위는 이번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표현하면서도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합니다.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과 통화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도 이 상황에 대해 굉장히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대북정책 검토 과정이 마무리 단계로 가는 상황인데 당연히 좋은 징조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사거리와 고도로 미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 또는 전술지대지미사일인 에이테킴스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 개량형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사거리가 400∼600㎞인 이스칸데르와 400여㎞의 에이테킴스는 비행 종말단계에서 ‘풀업’(pull-up) 즉 활강과 상승 움직임의 특성을 보입니다.
특히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변칙기동으로 요격이 어렵고 전술핵 탑재 가능성이 거론돼 왔습니다.
군 관계자는 “풀업 여부 등 제원을 현재 정밀분석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합참은 북한 측의 추가 발사 징후 여부에 대해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방한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언론 발표에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에서 평화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모든 관련국이 군비경쟁과 모든 종류의 군사 활동 활성화를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이날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은 물론 미국과 한국의 전력 증강 노력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러시아와 한국은 역내 문제 전부를 확실히 해결하기 위해 모든 관련국 간 협상 프로세스가 가능한 한 빨리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