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과의 국경 봉쇄를 일부 풀고 물품 교류를 허용하고 있다고, 한국 내 대표적인 대북 민간단체 협의체가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중 교역 재개와 관련한 공식적인 정보는 없지만 여러 준비 동향이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민화협의 이종걸 상임의장은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내 유력 인사로부터 북한이 중국과의 물자교류 재개를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를 풀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상임의장은 민화협 차원에서 추진 중이던 중국을 경유하는 대북사업을 위해 중국 측과 연락을 지속해 온 가운데 이 인사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확인해 준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화협은 200여 개 정당, 종교, 시민 단체로 구성된 한국의 대표적인 대북 민간교류 협의체입니다.
지난 20여 년간 남북 교류협력은 물론 인도 지원 관련 업무를 해오며 북한 측과 긴밀한 채널을 구축해 왔습니다.
이 상임의장은 해당 사업은 다른 사유로 성사되진 않았지만 교류 허용방침에 따라 또 다른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은 물론 해외와 모든 육·해·공 통로를 봉쇄하고 인적·물적 교류를 차단해왔습니다.
하지만 농번기에 접어들면서 각종 농자재와 식량 등을 확보하기 위한 북한의 국경 봉쇄 해제 조짐들이 최근 잇달아 포착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중국 업체를 상대로 한 북한 측의 물자 거래 제안을 담은 무역계획서를 입수했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조 박사는 보안상 이유로 문건 자체를 공개할 수 없지만 북한의 무역성 산하 대외무역 기관이 중국 측 무역회사의 A모 사장에게 북한에서 생산되는 꿀과 공예품, 미술작품, 약초 등의 판매를 위탁하고 그 자본금으로 600t의 양식을 수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밝혔습니다.
계획서에는 북한 측 도장이 날인돼 있다고, 조 박사는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이와 함께 양강도 쪽에서 3월 초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영농자재 수입 계약을 진행하라는 북한 당국의 지시문이 하달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중 간 물류 운송을 재개하기 위한 여러 준비 동향이 관측되고 있다”면서 “정부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북-중 국경이 일부 열렸다는 관측에 대해선 “아직까지 물류 운송 재개 여부와 재개 시기를 특정할 수 있을 만한 정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K. civic group “N.Korea partly lifting blockade of border with China” act1 hyk 4/26/21>[녹취: 이종주 대변인] “북-중 국경 동향 등은 민간단체 인도협력 추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관련 동향을 보면서 이 계기에 우리 민간단체 등의 인도 협력도 진전될 수 있도록 하는 필요한 준비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여러 외신들도 북-중 접경지역에서 무역 재개 조짐에 대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 중국과의 국경 개방을 결정하더라도 이를 공식화 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염두에 두고 있는 북-중 국경 봉쇄 완화는 당국 차원의 공식 개방이라기보다 부분적이고 비공식적인 방식일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 방역에 여전히 초긴장 상태라며 북-중 교역을 허용하더라도 인적 교류와 일반 차량 통행 등은 엄격하게 통제하는 매우 제한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