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의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였던 외교관이 2년 전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 외교관은 북한 수뇌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 실장의 사위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39호실이 어떤 기관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사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노동당 39호실 실장의 사위라는 점입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전일춘 39호 실장의 사이입니다.
류 씨는 원래 참사관이었으나 2017년 쿠웨이트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자국 내 북한대사관 외교관을 9명에서 4명으로 줄이면서 대사대리를 맡아 일하던 중 망명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센터장은 류현우 씨가 39호 실장의 사위였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 “쿠웨이트 대사를 누가 했다는 것 보다 이 사람은 대사급은 아니더라도 전일춘의 사위로서 노동당 39호실 정보를 듣게 됐다면 그 정보가치가 훨씬 더 중요한 거죠. 따라서 공식 직급은 고위급으로 볼 수 없지만 개인적 정보 가치는 상당한 수준으로 예상돼요.”
노동당 39호실은 북한 수뇌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기구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1974년께 노동당 39호실이라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평양 중구역 노동당 청사 3층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39호실은 북한 수뇌부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외화를 모으는 곳이었습니다.
북한 내부를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39호실이 북한 궁정경제를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Key component of Royal Economy is Office 39, hard currency…”
김정일 위원장은 금광과 무역 등 외화벌이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노동당 39호실에 전담시키고 이를 통해 수 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39호실은 북한 최대 무역회사인 ‘조선대성총국’과 ‘대성은행’을 비롯해 120개의 무역회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또 산하에 여러 ‘지도국’을 두고 외화벌이 사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금강지도국은 북한 전역의 금광에서 나온 금을 수출해 외화를 벌고 있습니다. 또 대흥지도국은 버섯과 생선을 비롯한 농수산물의 수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낙원지도국은 가방과 신발 등 경공업 제품 수출을, 능라지도국은 선박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고,
경흥지도국은 평양과 중국에 있는 외화벌이 식당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9호실은 ‘수퍼 노트’로 알려진 미국의 100달러짜리 달러화를 위조하고 마약도 밀수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39호실 고위 간부 출신으로 2014년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 리정호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위조지폐와 마약 판매는 중단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북한 지도부는 불법 경제활동을 못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39호실은 담배, 마약, 위조지폐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다른 단위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39호실을 통해 모은 외화로 값비싼 벤츠 자동차와 TV등 가전제품, 시계, 양주 등을 당 간부와 군장성들에게 하사하며 충성심을 고취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자 집권한 김정은 위원장도 39호실과 자금을 물려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켄 고스 국장은 2013년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39호실을 관장하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at’s been consolidated primarily with Kim Jung-eun’s office…”
한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사치품 수입은 크게 늘었습니다.
2012년 6억4천만 달러, 2013년 6억4천만 달러, 2014년 8억 달러, 2015년 6억 달러 등 4년간 모두 26억 9천만 달러를 사용했습니다.
여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호화 요트와 고급 자동차를 비롯해 귀금속, 양주, 악기,시계, 화장품, 향수 등이 포함됐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39호실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입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그 해 8월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를 차단하기 위해 행정명령 13551호를 발동해 노동당 39호실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유럽연합(EU)도 2010년 12월 전일춘 노동당 39호 실장에 대해 비자 발급 금지와 자산동결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39호실은 그 후에도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외화벌이를 계속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이 2015년 6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노동당 39호실은 홍콩의 투자회사 퀸스웨이 그룹(Queensway Group)과 손잡고 KKG라는 합작회사를 세웠습니다.
‘조선금강회사’로 추정되는 KKG는 그 후 평양 시내와 공항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KKG 로고가 붙어있는 1천여 대의 택시를 운행하며 외화를 벌어왔습니다.
김정은의 ‘금고지기’로 불리우는 39호 실장은 북한 수뇌부가 가장 신뢰하는 인사가 맡아왔습니다.
한국으로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의 장인인 전일춘은 1998년 39호실 부실장이 된 데 이어 2010년부터 실장직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일춘에 이어 한광상이 39호실 실장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광상은 이후 39호 실장 자리를 김용수에게 물려준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동당 39호실의 자금 사정이 과거보다 빡빡해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석탄과 농수산물 수출로 외화를 조달했는데 지난 4년간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자금줄이 대부분 끊겼기 때문입니다.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도 제재와 코로나 사태가 39호실의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 suspect the sanction and Covid made Office 39 operation difficult..”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도 외화난으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도 39호실을 활용한 ‘선물정치’를 하기가 힘들어진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They are in trouble, TV set, but if they open border dollar,,,”
과거에는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같은 행사가 열리면 TV를 비롯한 사치품을 대의원들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이번에는 8차 당대회가 열렸는데도 선물을 주었다는 얘기가 없다는 겁니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봉쇄로 북한의 외화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심 외화 조달 기관인 39호실이 살아남을 수있을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