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2020년은 북한에 ‘고난의 행군’이래 가장 힘든 한 해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북한은 올해 내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더해 수해 피해까지 `3중고’에 시달렸습니다. 북한의 2020년을 최원기 기자가 되돌아봤습니다.
2020년은 북한에 ‘고난의 행군’ 이래 가장 힘든 한 해였습니다.
북한은 올해 내내 고강도 제재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그리고 수해 등 3중고를 겪었습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한 북-중 국경 봉쇄 조치는 장마당 물가 오름세와 외화난으로 이어져 북한 경제와 사회 전반을 한층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북한의 코로나 사태는 1월 말 시작됐습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월 31일 북-중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해당 부문에서는 국경.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해 비루스가 침투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선제적으로 완전히 차단해야 하며…”
이 조치로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 (조중우의교)를 비롯해 10여 개 북-중 출입로가 전면 차단됐습니다.
북-중 국경이 봉쇄돼자 북한 내 장마당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동안 중국산 물자는 트럭에 실려 평안남도 평성과 함경북도 청진의 도매시장으로 운반된 뒤 북한 전역의 400여 개
종합시장과 장마당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국경이 갑자기 차단돼 밀가루와 식용유같은 생활필수품이 들어오지 않자 장마당 물가가 급등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보고에서 올해 초 1kg 당 6천원 대였던 설탕 가격이 2만7천 800원으로 올랐고, 1만6천500원이었던 조미료는 7만5천 900원으로 급등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1kg 당 4천원 선이었던 쌀값은 11월 말 5천200원까지 올랐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소장은 수입식료품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시장에서 이런 상품 가격 변동, 공급이 안 되고 그러니까 많이 불안해 하고 있어요. 실제 도적이 좀 많이 늘어나고 있고 군 부대에도 공급이 안 돼 물자가 부족하니까 군인들도 민가에 나와서 도적질하는 현상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김정은 위원장은 코로나 방역을 위해 지난 2월부터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9차례나 주재하며 “전염병이 들어올 수 있는 모든 통로와 틈을 완전 봉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과민대응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정원에 따르면 8월에는 신의주 세관에서 물자 반입을 한 간부가 처형됐습니다.
또 9월에는 서해상을 통해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남한 공무원을 해상에서 사살했습니다.
북한은 바닷물이 코로나에 오염될 것을 우려해 어로 활동과 염전도 못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으로 활동했던 윌리엄 뉴콤 씨는 국경 봉쇄가 북한에 유엔의 무력 봉쇄 조치에 버금가는 효과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뉴콤 전 위원] “Now what’s going on looks like a self-imposed blockade enforced by North Korea’s own armed forces.”
북-중 무역도 크게 감소됐습니다. 중국의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 기간 중 북-중 무역 총액은 5억3천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억 1천만 달러)의 20% 수준에 그쳤습니다.
특히 대북 제재 이전인 2016년 (51억9천만 달러)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액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겁니다.
북한은 9월에 중국으로부터 1천 900만 달러 규모의 물품을 수입했습니다. 그러나 10월에는 26만 달러, 그리고 11월에는 14만 8천 달러로 뚝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외화가 고갈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are run out of hard currency, stop import…”
업친데 덥친격으로 8-9월에는 태풍이 북한 전역을 휩쓸었습니다.
8호 태풍 ‘바비’가 8월 27일 황해도 일대를 휩쓴 데 이어 9호 태풍 '마이삭'이 9월 3일 강원도를 강타했습니다. 이어 10호 태풍 ‘하이선’이 함경도 일대에 많은 비를 뿌리고 지나갔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8월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3만9천 정보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 살림집(주택) 1만6천여 세대가 파괴되고, 도로와 다리, 철길이 끊어지고 발전소 둑도 붕괴됐습니다.
함경남도는 광산이 밀집해 있는 검덕지구에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 지역 2천여 세대의 살림집이 파괴되고 도로 6만m가 유실되고 다리 59개가 끊겼으며, 철길도 유실되는 등 교통이 마비됐습니다.
수해 피해가 심각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군대와 수도당원 사단을 수해 현장에 파견했습니다.
또 10월 5일에는 정치국 회의를 열고 전당, 전국, 전민이 나서서 `80일 전투’를 벌이라고 지시했습니다.
수해 복구에 나선 북한 군인과 당원들은 황해도, 강원도, 함경남도에서 수 백 채의 살림집을 복구했습니다.
그러나 장비와 물자 부족으로 도로와 철도,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은 아직 복구하지 못한 것같다고, 미 해군분석센터 (CNA)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Building material, cement, money lack of resources..”
10월 들어서는 외화난이 본격화됐습니다. 미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가 부족해 수입을 할 수 없게 되자 북한 당국은 10월 말을 기해 달러화와 위안화 사용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 8천원 선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들어 6천 5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1위안에 1천200원 하던 위안화 환율도 830~89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그레이스 오 조지아주립대학 교수는 북한 당국의 이런 인위적인 환율 조작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교수] “If you look into history, currency reform from to to button…”
국경 봉쇄로 장마당 물가가 오르고 외화난에 수해까지 겹치면서 북한 내 민심도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 여름부터 `노동신문’은 ‘인민에 대한 멸사복무’와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돌 열병식 연설에서 주민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울먹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중방, 김정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 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총체적 난국에 처한 김정은 위원장은 8월을 기해 몇 가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실패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했습니다. 이어 경제사령탑인 김재룡 내각총리를 해임하고 김덕훈 부총리를 내각총리로 임명했습니다.
북한은 내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를 열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수뇌부가 비핵화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8차 당 대회에서도 별다른 대책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파격적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를 해서 진정성을 보여주면 모든 문제가 풀릴텐데,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면 정권이 무너진다는 강박관념이 있거든요, 그렇게 보면,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 모호성을 유지하지 않을까.”
북한에게 올해가 3중고의 해였다면 내년 2021년은 엄혹한 도전의 해가 될 전망입니다.
내우외환을 겪는 북한 수뇌부가 이런 도전을 어떻게 헤쳐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