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잠수함 제조창인 신포조선소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과 관련한 모종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김준락 공보실장은 12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잠수함을 건조하는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최근 활발한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된 것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준락 실장] “우리 군은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북한전문 매체 ‘38 노스’는 지난 10일 민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신포조선소에 있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 시험용 바지선에서 미사일 발사관이 제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발사관을 정비하거나 더 큰 SLBM을 담을 수 있는 새 미사일 발사관이나 새로운 발사 프레임으로 교체하는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38 노스는 또 지난 6일엔 그동안 신포조선소 정박장 내에 있었던 바지선이 다른 선박에 예인돼 제조창 옆 부유식 드라이독에 접안된 것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북한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도 지난 8일 위성사진을 토대로 최근 신포조선소에서 수 주 사이 목적이 확인되지 않는 일련의 움직임이 있었다며, 첫 탄도미사일 발사용 디젤잠수함의 진수를 위한 사전 작업 또는 장기적인 SLBM 시험 준비 등일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전략적인 효과를 노리고 오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전후해 신형 잠수함 진수 또는 SLBM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정경두 당시 한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기존 1천800t급 로미오급 잠수함 개량과 신형 잠수함 건조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7월 새 잠수함의 외형을 공개했는데,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한 3천t급 잠수함으로 SLBM을 3발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개량형 잠수함의 건조 완료 여부에 대해선 확인할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량형 잠수함의 외형을 공개한 뒤 2년이 흐른 만큼 잠수함 건조가 끝났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지난 1월 당 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각각 신형 SLBM ‘북극성 4ㅅ’형과 ‘북극성 5ㅅ’형을 공개했지만 시험 발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북한이 태양절에 즈음해선 3천t급 새 잠수함의 진수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체제 결속 강화와 대북정책을 검토 중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겨냥한 압박용으로 태양절을 맞아 기존과는 다른 신형 무기체계를 과시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3천t급이면 꽤 크잖아요, 눈으로 보여지는 비주얼한 것도 있고 그리고 그 안에 SLBM이 완성돼서 발사가 가능한 지 여부가 확인이 안되는 거니까 갑론을박이 되면서 자신들의 상징적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 좀 조심스럽지만 어쨌든 보여준다면 역시 3천t급 잠수함 진수식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 가능성이 좀 있어 보이네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신형 SLBM의 시험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38노스의 분석대로 SLBM 시험용 바지선에서 미사일 발사관이 제거됐다면 기존 모델보다 직경이 큰 북극성 5ㅅ형에 맞는 발사관으로 교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은 핵 포기 없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며, 군사적 긴장 고조를 통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신형 SLBM을 발사하더라도 어차피 북한 입장에선 강대강 대치 상황을 원하고 있죠, 지금. 북한은 항상 동북아시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통해서 자신들의 요구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 그에 대한 당위성을 찾을 거에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도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신무기 개발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태양절 즈음한 SLBM 시험발사 여부는 대미 외교전략적인 고려보다는 시험발사가 기술적으로 필요한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관측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제재를 상수이고 북-미 관계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보고 자기의 로드맵을 간다고 보는 거고요. 8차 당 대회 때 이야기했던 군사력 현대화 부분은 계속 자신들의 로드맵대로 나갈 가능성이 많고요. 그런 측면에서 북한은 단순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넘어서 SLBM이라든가 ICBM, 인공위성까지도 순차적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SLBM을 시험발사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SLBM은 단거리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미국 본토를 겨냥한 전략무기로, 대북정책을 검토 중인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를 크게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자력갱생을 위한 경제전략 이행에 전념하고 있는 북한 정권으로선 당장 대외환경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가 별 실익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바이든 행정부와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한번도 공식 접촉이 없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SLBM 카드를 압박하기 위해서 쓰면 전략적인 카드를 너무 빨리 써버리게 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지켜보거나 중저강도의 시위는 가능하지만 선을 넘는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해서 선을 넘었을 때 얻을 게 별로 없다, 이렇게 볼 수 있거든요.”
조 박사는 또 SLBM 발사는 유엔 안보리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는 결의 위반 행위로,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을 두둔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