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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당국자 "북한, 미 정권 교체기 전략 도발 배제 못해"


한국 서울의 외교부 건물.
한국 서울의 외교부 건물.

한국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미국 행정부 교체기 동안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기술력을 과시하는 형태의 전략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새 행정부가 조기에 북한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행정부 교체기에 한국 정부의 과제는 상황 관리라며 “과도기에서 북한이 도발로 갈 수 있는 요소를 줄이고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과거 미 정권 교체기에 자주 도발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원하는 수준에서 협상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관심을 끌기 위한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오바마나 트럼프 출범 때와 달리 핵 개발에 자신감을 갖고 완성도가 높은 만큼 우월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기 위해 기술력을 과시하는 형태의 도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 마지막 시험발사를 했던 ICBM이나 지난 10월 당 창건 기념 열병식에 선을 보인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의 시험 발사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입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기술적이라는 것은 그간 진전된 부분을 강조했다고 봐야죠. 따라서 재진입 기술을 보여준다거나 또는 다탄두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기술적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 사실은 시기적으로 3년 정도 지났기 때문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 부분을 시사했다고 평가합니다.”

한국 정부는 동시에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국제사회 대북제재, 수해 등으로 경제가 크게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강경 대응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고강도 도발 대신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당국자는 “인민생활 향상은 아무래도 제재완화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경제가 어려워지면 밖으로 나올 요인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중국과의 국경봉쇄 등 여파로 생필품 부족과 물가 급등 등의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나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과도기적 상황에서 북한의 향후 행보에 대해 도발과 대화 두 가지 가능성 모두 대비한다는 방침입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선 조 바이든 미 차기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미국 새 행정부가 문제를 대화로 풀 용의가 있고 대화를 시작하자는 정도라도 긍정적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며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후임을 조기에 임명해 발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 등을 통해 북한에 도발 자제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력도 병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당국자는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이란 핵합의(JCPOA) 모델을 적용할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 대해 두 사안의 차이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 NPT체제 안에 있으면서 모든 사찰을 받았지만 북한은 진작 탈퇴했고, 이란은 핵 탄두를 만들지 못했지만 북한은 다섯차례 핵 실험을 해 개발단계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이란 핵합의는 국제사회 협력과 공조, 인센티브 제공 등 여러가지를 혼합해서 이뤄졌다”며 “힘들지만 잘 이뤄진 합의가 시사하는 것은 협상을 통해 해결이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사상 첫 미-북 정상간 합의인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선 “계승되면 좋은 합의”라며 “미국과 북한이 핵 문제, 양국 관계, 한반도 평화 체제 수립을 논의하는데 어떤 분야가 있는지 전반적으로 큰 틀을 만들었다는 게 장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핵 동결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폐기 등 중간 단계 합의로 만족할 가능성에 대해선 “오래 전부터 걱정해온 이슈”라며 “궁극적으로 잘 되면 좋은데 초기 단계에서 끝나면 결과적으로 북한에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버릴 수 없는 목표”라며 “초기 단계 그 자체로 완결되면 위험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산적한 국내 정치적과제들로 바이든 차기 행정부도 북한 도발 같은 대외적 불안정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바라는 조기 대북 메시지에 긍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설사 미국이 북한에 대화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대화방식이나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막연한 대화제의에 그칠 경우 북한이 이에 응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추후 회담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북한이 원하는 정도의 수준의 대화나 합의가 가능한가 까지도 어느 정도 미국이 약속을 해줘야 확실하게 도발이 억제가 되는 것이지 대화하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이 정도의 메시지를 갖고 과연 북한이 도발을 억제하고 기다려 주겠느냐는 것은 좀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한국 당국자들이 북한 도발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해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끊임없이 한국 정부가 미국 대선 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북한에 보낸메시지의 핵심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거죠. 북한이 도발하게 되면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자체도 매우 강경한 정책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북한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 메시지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거거든요.”

한편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핵 수석대표로 활동했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다음주 방한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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