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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아프리카서 계속 동상 제작…“새 법인 개설해 제재 회피"


세네갈 수도에 세워진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만들었다.
세네갈 수도에 세워진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만들었다.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동상 제작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상 제작으로만 수억 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최근 새로운 법인을 만들거나 중국의 업체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제재 회피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서아프리카 나라 세네갈에는 수도인 다카르에 52m 높이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동상 부분만 46m에 이르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보다도 높은 이 동상은 지난 2010년 완공된 이후 줄곧 세네갈을 상징하는 조형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동상이 유명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만수대창작사의 해외 법인인 ‘만수대 해외프로젝트(MOP) 그룹’이 제작의 전 과정을 담당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만수대창작사는 이 동상 건립을 계기로 각종 중장비와 함께 세네갈에 진출했고,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곳에서 활발히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나라 곳곳에서는 이처럼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한 동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미비아와 앙골라, 보츠와나, 차드, 토고, 적도기니, 짐바브웨 등이 만수대의 동상과 기념비, 조각상 등을 보유한 나라들입니다.

또 VOA는 7일 북한이 중국 회사를 내세워 베냉에 약 30m 높이의 ‘여군’ 동상을 건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실제 건립의 주체는 만수대창작사로 알려졌습니다.

그 밖에 아프리카 지역 내 불법활동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미국 민간 조사 단체인 센트리(Sentry)는 최근 북한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오트로마미 주에서 동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의 심층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동상 수출을 통해 수억 달러의 외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제작비가 2천700만 달러지만, 지난해 VOA가 현지에서 취재한 결과 실제로는 이보다 약 2배에 가까운 5천만 달러였습니다.

또 베냉에서 만들고 있는 동상도 제작비만 대략 1천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아울러 지난 2016년 나미비아 정부는 전쟁기념관에 들어설 동상 제작 등을 만수대창작사에 맡겼는데, 이 때 6천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의 사모라 마셸 초대 대통령 동상.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세운 기념물이다.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의 사모라 마셸 초대 대통령 동상.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세운 기념물이다.

유엔 안보리는 이처럼 북한이 동상 수출로 거액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이를 토대로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충당한다고 판단해 2016년 결의 2321호에 이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북한의 동상 건립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제재 회피를 위해 유엔 등의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의 이름 대신 새로운 법인을 만들거나 중국 회사를 내세우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세네갈에 진출한 만수대창작사의 경우, 기존의 이름을 버리고 ‘코리아’와 ‘만수대’를 합친 ‘코르만’이라는 신생 회사를 만들어 운영 중입니다.

현재 ‘코르만 컨스트럭션’에는 북한 만수대가 파견한 직원 약 30명이 세네갈의 주택과 호텔 건설 현장에서 외화를 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민주콩고에서도 북한이 ‘콩고 아콘데’라는 현지 사업체를 차리는 방식으로 동상 제작에 나섰다는 게 센트리의 지적입니다.

대북제재 전문가들은 북한의 아프리카 내 동상 제작이 여러 대북제재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7일 북한이 만수대라는 이름 대신 다른 사업체를 이용한다는 지적에 대한 VOA의 질문에, “북한의 동상 수출은 결의 2321호 29항이 금지하고 있다”며, 동상을 만드는 북한 기관이 제재 대상인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민주콩고에서의 동상 제작 문제를 지적한 센트리의 존 델오소 선임연구원은 3일 ‘애틀랜틱카운슬’이 진행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북한은 동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 금융 제재까지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델오소 연구원] “So there’s some sanctions implications here…”

유럽연합과 유엔, 그리고 미국의 제재는 북한의 국제사회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있고, 특별히 미국은 북한의 미 달러 거래까지 막았지만, 민주콩고에 진출한 북한 국적자들은 현지에서 만든 사업체의 이름으로 은행 계좌까지 개설했다는 겁니다.

그 밖에 델오소 연구원은 민주콩고 지방당국이 공공의 자금을 이용해 북한 측에 동상 제작 비용을 지불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델오소 연구원] “And then we have provincial authorities using public funds…”

북한이 최근 동상을 제작해 주거나 만수대창작사의 운영 의혹이 일고 있는 나라들은 사실상 이런 논란에 입을 닫은 상태입니다.

VOA는 북한이 동상을 짓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베냉 정부와 만수대창작사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세네갈 정부에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또 베냉과 세네갈, 민주콩고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제출이 의무화된 ‘북한 노동자 현황’ 이행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아 동상 건립을 위해 머물고 있는 북한 노동자 현황을 공식적으로 파악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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