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가운데 미군 정찰기와 초계기들이 사흘 연속 한반도 상공에 전개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내 특이동향이 포착된 게 없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민간 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국 공군 정찰기인 리벳 조인트(RC-135W)가 22일 서울과 경기 남부 상공 등을 비행했습니다.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인 리벳 조인트는 미사일 발사 전 지상 원격계측 장비인 텔레메트리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포착하고 탄두 궤적 등을 분석하는 장비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정찰기는 앞서 지난 20일에도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고, 21일에는 미 공군 정찰기 E-8C와 미 해군 해상초계기 P-3C가 잇따라 출격한 바 있습니다.
통합 감시와 목표공격 레이더 시스템 등을 탑재한 E-8C는 고도 9∼12㎞ 상공에서 북한의 미사일 기지, 야전군의 기동, 해안포 및 장사정포 기지 등 지상 병력과 장비 움직임을 정밀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P-3C는 통상적으로 레이더 등을 이용해 잠수함을 탐색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미군의 정찰기와 초계기의 잇단 한반도 상공 전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 이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시점에 이뤄졌습니다.
이 때문에 미군의 정찰비행이 통상적인 작전일 수 있지만 이런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맞물려 북한 내 특이동향을 감시하는 차원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앞서 미 ‘CNN’ 방송은 현지 시간으로 20일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위중하다는 첩보를 미 당국이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고, 한국의 북한전문 매체는 21일 ‘김 위원장이 심혈관 시술을 받고 치료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이 지방에서 정상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관련국들은 북한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2일 외교부와 통일부 관계자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윤상현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통일부가 북한 내부 특이동향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 관영매체들은 22일에도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게 보통 내용이 아니고 김정은 위원장이 중태다라는 설이거든요. 그럼 북한 측에서 이걸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불경죄에 해당해요. 그리고 이 얘기가 회자되는 것 자체가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권위의 추락이고 권력이 흔들리는 상황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예 반응을 일부러 안 하는 거고 사실은 입에 올리기 어려운 얘기죠.”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태양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이례적으로 불참하면서 신변이상설이 수면 위로 불거진 걸 감안하면 북한 측이 일주일 간 이 같은 추정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에서 VOA 김환용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