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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일본 차기 총리, 아베 대북정책 계승할 것…열정·과감성은 못 미칠 것”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28일 도쿄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을 발표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28일 도쿄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을 발표했다.

거의 8년간 장기집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임하면서 후임 총리의 대북정책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차기 총리가 큰 틀에서 아베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면서도, 납북자 문제 등에서 아베 총리가 보여준 열정과 과감성에는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퇴에도 일본의 대북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고토 시호코 윌슨센터 동북아시아 선임연구원은 3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유력 주자들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 모두 아베 총리와 비슷한 대북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토 연구원] “It’s from the same Liberal Democratic Party, the party apparatus remains unchanged, the structure will remain unchanged, so the expectation is that Japan will continue to pursue the policies that had been in place under Abe.”

고토 연구원은 총리가 바뀌어도 아베 총리와 같은 집권 자민당 출신이고, 당의 조직과 구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북정책의 열정과 과감성은 떨어질 것

고토 연구원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 역시 ‘국내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에 차기 총리가 중요하게 다루겠지만, “아베 총리만큼의 강렬한 열정과 에너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기집권했던 아베 총리가 장기적인 외교전략을 세울 수 있었던 데 비해, 후임 총리는 당과 정부 내에서 입지를 구축하는데 바빠 외교 문제에 전념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도 큰 틀에서 대북정책의 연속성을 예측하면서도, 아베 총리는 과감한 대북정책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다른 정치인들과 차별화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쇼프 연구원] “I think Abe was quite unique in the extent to which he was willing to entertain different approaches with N Korea. The negotiations they had in Stockholm, many friends of mine in the Japanese foreign ministry thought it was pretty futile…”

아베 총리는 한계를 시험하며 다양한 대북정책을 구사했다는 겁니다.

쇼프 선임연구원은 가령 지난 2014년 일본과 북한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납치 피해자 문제 재조사에 합의했을 때 “많은 일본 외무성 관리들은 (아베 총리와 달리) 북한의 재조사가 헛되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정치적 위기를 감수하고 납북자 문제에 대한 높은 수준의 공개 행보를 이어나갔다”고 쇼프 연구원은 평가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결국 납북자 문제는 미-북 관계에 ‘끼워 넣어’ 갈 수밖에 없고, 남북관계의 영향도 받는다”며 “일본 총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18년 3월 도쿄 총리 관저에서 납북자 가족들과 만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며, 납북자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18년 3월 도쿄 총리 관저에서 납북자 가족들과 만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며, 납북자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쇼프 연구원은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본에서 미사일 방어체계와 미국과의 국방 투자 협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쇼프 연구원] “He was one of the earliest advocates for developing some kind of a counter-strike capability and for revising the Constitution even more significantly than Abe was proposing. Trump versus Biden dynamic is important in terms of how much Japan can get out of step with where the U.S. is at that point.”

특히 개헌과 일본의 군비 확충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의 경우 ‘적 미사일 기지 타격’을 지지해 왔다며, “결국 차기 미 대통령의 입장에서 일본이 얼마나 많이 벗어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쇼프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 일본담당 선임연구원은 2017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으로 북한의 미사일이 떨어졌던 일을 상기시키면서, “현재 일본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온건한’ 입장을 가질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연구원] “Few in Japan today would take a “soft” stance on the nuclear and missile threat from North Korea... A more difficult issue for Japan will be how to ensure the efficacy of the U.S. nuclear umbrella as Pyongyang’s capabilities increase.”

스미스 연구원은 “일본에게 어려운 문제는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의 효력을 어떻게 담보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이 일본 방어에 대한 공약을 재고할 수도 있다는 일본의 두려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한-일 관계 개선 여지는 있어

한편, 아베 총리 재임 기간 중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던 만큼 새로운 총리가 관계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제기됐습니다.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제임스 줌월트 재팬-아메리카 소사이어티 회장은 VOA에, “관계 개선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줌월트 회장] “When I say there’s an opportunity to improve I don’t think it’s so much that the leader of Japan has a different idea of a different approach. But it’s just an opportunity if you will, an excuse for both countries to forge a new path.”

차기 일본 총리가 아베 총리와 생각이 다르거나 접근법이 달라서가 아니라, 총리 교체 그 자체가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길을 택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줌월트 회장은 다만 역사적으로 아베 신조, 고이즈미 준이치로, 나카소네 야스히로 등 장기집권한 총리 뒤에는 짧은 기간 동안 총리가 계속 교체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새로운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불안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과감한 새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타츠미 유키 스팀슨센터 일본담당 국장도 총리 후보로 꼽히는 유력 주자들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국과 관계 개선의 여지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타츠미 국장] “They don’t have the baggage that Abe had, the reputation that he’s a right-wing conservative... But there’s a widespread weariness about the trajectory in which the current administration is taking the Japan-South Korea relations.”

타츠미 국장은 세 사람 모두 “극우 정치인이라는 짐”이 없다며, 아베 총리의 경우 “실제로는 실용적인 정책을 입안했지만 일본의 침략역사를 미화하는 단체들을 선호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타츠미 국장은 일본에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피로감이 팽배하다며, 일본의 총리 교체 보다는 한국의 대통령 교체 이후에 두 나라 관계가 재정립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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