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활동이 금지된 북한에서 성경책을 보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인권단체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여전히 종교활동에 대한 박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최근 ‘2020 북한 종교자유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2007년 이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1만4천8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이 백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북한 생활 당시 성경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4%로 조사됐습니다.
2000년 이전 탈북한 이들 중 성경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16명에 불과했지만, 2000년 이후 탈북한 이들 가운데 성경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559명에 달해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안현민 연구위원은 북한으로의 성경 유입 증가 추세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안현민 연구위원] “탈북 시기를 기준으로 동일한 질문을 진행했을 때 탈북 시기가 2011년, 2012년, 최근으로 올수록 기존 인원보다 성경을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분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걸로 봐서 북한 내에서 밀수나 이런 활동을 통해서 성경이 유입되는 비율이 증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성경을 본 경험을 넘어 종교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한 응답자 비율은 1.2%였습니다.
백서는 “최근 성경을 본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일부 북한 지역에서는 비밀 종교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종교박해 사건 중에서는 찬송가를 부르거나 예배를 드리는 등의 종교활동이 적발돼 처벌받는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북한 인권 데이터베이스(DB)에 수록된 북한 종교박해 사건 1천411건을 유형별로 나누면 종교활동에 의한 경우가 53%인 74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종교 물품 소지가 332건, 종교 전파 146건, 종교인 접촉 63건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종교박해 피해자가 생존한 경우는 22.2%, 사망은 17.2%, 생사를 알 수 없는 경우는 60.6%로 조사됐습니다.
북한은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 이후 정권수립기부터 종교를 ‘아편’이자 ‘깨어날 수 없는 독한 마취약’으로 규정해 주민들의 종교활동을 금지해 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