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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산업체 관계자들, 연이어 '미 무기 수출 통제법 위반' 기소


미국 워싱턴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 워싱턴의 연방법원 건물.

한국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미국의 ‘무기 수출 통제법’ 위반으로 처벌 위기에 놓인 사실이 연이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 모 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전략물자로 지정된 물품을 중국에 넘겨 미 대배심에 기소됐고, 또 다른 관계자는 미 전투기 등 항공기술을 한국에 제공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뒤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연방 법원이 지난달 한국인 사업가 정 모씨의 대배심 기소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미 연방 법원 기록시스템에 게시된 기소장에 따르면, 정 씨는 2013년 5월부터 2014년 10월 사이 미국의 회사 최소 3곳으로부터 미국 군용전략물자품목(USML)을 구매해 중국의 회사 등에 판매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무기수출통제법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등을 통해 무기 등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에 대해 미리 허가를 받은 사업자에게만 수출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 씨는 한국의 G사와 N사, 한국환경공단(KECO) 등에 납품할 것이라는 허위 서류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 실제로는 해당 물품을 모두 중국 업체에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 씨가 구매한 물품은 ‘방사선 경화 직접회로’와 ‘무선 주파수 증폭기’, ‘전력 증폭기’ 등으로, 총 24회에 걸쳐 80만6천 달러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했습니다.

정 씨는 사업가로 위장한 미국의 수사관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덜미를 잡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검찰은 지난 2014년 최초 정 씨에 대한 공소장을 제출했으며, 대배심은 이를 근거로 2017년과 2018년 각각 뉴저지와 워싱턴 DC 연방 법원에 정 씨를 기소했습니다.

이후 미 법원은 이 사건을 비공개(seal)로 진행하다가 지난달 8일 공개(unseal)로 전환했습니다.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진 지 약 6년 만에, 또 기소된지 약 3년이 지나서야 정 씨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겁니다.

현재 정 씨에겐 무기수출통제법과 국제비상경제권법 위반 그리고 밀반출, 돈세탁 등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아울러 정 씨가 부당하게 사용한 금액 최소 80만6천 달러가 몰수돼야 한다는 내용이 기소장에 담겼습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정 씨는 아직 체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미 검사 출신인 정홍균 변호사는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맺은 범죄인 인도협정을 근거로 정 씨에 대한 송환을 한국 정부에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홍균 변호사] “"한미 양국은 93년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경우 당연히 미국 정부는 신병인도를 한국 정부에 요청할 수 있고 한국 정부는 범죄인의 신병을 미국 측으로 인도하게 돼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한국 방산업체 관계자가 미국의 ‘무기 수출 통제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됩니다.

지난 2017년 기소된 박 모씨는 미국의 방산업체들에서 취득한 정보를 한국의 항공산업 관계자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기소장에 따르면, 박 씨는 2007년까지 미국의 방산업체인 A 회사에서, 이후 2008년까지 또 다른 미국의 방산업체 B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2011년 11월 한국으로 이주했는데, 이 때 A와 B사의 소프트웨어와 정보를 의도적으로 가져갔다는 게 기소장의 설명입니다.

특히 미 검찰은 박 씨가 해당 소프트웨어와 정보가 미국 외 국가로 반출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박 씨는 같은 해 12월 한국에서 N사를 설립했는데, 이후 2014년 의도적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에게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에 위배되는 내용이 포함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는 게 미 검찰의 판단입니다.

기소장에는 박 씨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국적자에게 해당 내용을 소개해선 안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과거 한국 언론들은 박 씨가 회사 창업을 한 내용을 조명하면서, 미국에서 전투기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보잉 등에서 근무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기소장이 명시한 미국의 A와 B사에 이들 회사들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 씨는 지난해 8월 미 수사당국에 체포돼 지난달 12일 법원으로부터 인정신문을 받았으며, 이 때 자신에게 적용된 ‘무기 수출 통제법’과 ‘국제무기거래규정’ 위반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박 씨가 인정한 혐의는 최대 20년의 구금형과 최대 100만 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미 법원은 이 같은 박 씨의 유죄 인정에 따라 별도의 재판 없이 오는 9월20일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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