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오늘(22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빨리 호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셔먼 부장관에게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한 중인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대해 조기 호응해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또 “한국과 대북정책 관련한 긴밀히 조율된 노력을 함께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미-한 정상회담 당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공조 약속을 환기하며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해 셔먼 부장관이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두 사람은 덕담도 주고 받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셔먼 부장관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정통한 베테랑 외교관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귀환’을 강조했는데 블링컨 장관과 셔먼 부장관 두 분의 탁월한 외교관으로 짜여진 국무부 진용을 보면 ‘외교관의 귀환’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셔먼 부장관은 “한국에 오랜만에 오니 제2의 고향에 온 느낌”이라면서 “한국은 미국의 본격적인 파트너이자 진정한 글로벌 파트너”라고 화답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이어진 서훈 국가안보실장과의 별도 면담에서 미-한 정상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 그리고 미-북 대화 재개와 미-한 동맹의 포괄적 강화·발전을 위한 후속 이행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청와대 예방에 앞서 외교부 청사를 찾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났습니다.
양측은 미-한 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한반도 문제, 역내와 글로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최영삼 한국 외교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최영삼 대변인] “오늘 접견에서 정의용 장관과 셔먼 부장관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시 양국 정상이 확인했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목표를 재확인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는데 공감하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기 위해 한-미간 각급에서의 긴밀한 공조를 계속해 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등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의 핵심축인 미-한 동맹의 발전을 매우 중시하는 차원에서 방한했다며 앞으로 양국 동맹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미-한 동맹과 북 핵 문제에 정통한 셔먼 부장관의 취임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공조하면서 동맹 발전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오후엔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와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외교적 관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고, 셔먼 부장관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통일부 역할이 중요하다”며 남북 간 대화와 협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거듭 표명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이 장관 접견에 앞서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도 면담을 갖고 최근 북한정세와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구상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셔먼 부장관 방한을 계기로 미-한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자력갱생하겠다고 하면서 외부 교류를 차단하고 있잖아요. 그런 상황에선 한-미가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좋은 대안을 만들어봤자 효과가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한-미간 공조 강화라는 일반적 원칙론만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 결과 기존 내용에서 한 발짝 더 나가거나 후퇴하는 새로운 발언은 없었다고 봐요.”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동북아 순방차 한국에 머물고 있는 셔먼 부장관은 23일엔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미-한 전략대화를 가질 예정입니다.
외교 전문가들은 셔먼 부장관의 이번 순방 가운데 25일 시작되는 중국 방문 일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과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중 두 나라는 전략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협력 공간으로 여기고 있는 북한 문제를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다음달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한 연합훈련을 즈음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 김흥규 소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하반기에 군사적 도발을 통해서 자신의 현재 난국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까, 그것은 미국이나 중국 모두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고 그래서 아마 중국 측에선 비공식적 대화를 통해서 중국이 북한의 그런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 같고요.”
하지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방법론에선 양국이 기존의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방법론의 차이가 큰 만큼 셔먼 부장관의 이번 방중에서 미-중 양측은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추구’라는 대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을 어떻게 대화에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중국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하지만 한-미는 8월에 연합훈련을 실시할 것이고요. 또 하나는 북한에게 부과한 제재 일부 해제 또는 면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죠. 거기에 반해서 미국도 공식적으로 제재 해제 우선은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으니까 접근방식에서 굉장히 서로 다르다는 게 확인되는 것이죠.”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북-중 관계 전문가인 김한권 교수는 대북 제재 문제를 놓고 미-중 간 신경전을 예상했습니다.
김 교수는 한반도 안정을 우선시 하는 중국이 국제사회 제재와 자연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전략적 오판을 하지 않도록 인도적 지원에 관한 한 유연한 적용을 미국 측에 촉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