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지탄받던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어느새 ‘정상적 관행’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단거리는 위반이 아니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발언이 동맹을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정당한 군사훈련으로 인식시키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와 관련해 “단거리 미사일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
[녹취: 트럼프 대통령] “No, I have no reaction. Short-term missiles. No.”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의 잇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깬 것이 아닌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워싱턴에서는 대통령의 이런 논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합법화’ 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북한의 발사 행위가 통상적인 군사훈련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과 로켓 발사를 ‘새로운 일상(new normal)’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 “North Korea has established a new normal. And the new normal is that it is free to conduct short range missile and rocket tests as part of its normal missile development and conventional military exercises. And there's nothing that the US or any other countries are going to do to stop that.”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정상적인 미사일 개발과 재래식무기 훈련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발사를 막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해부터 관행으로 자리잡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가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단거리 실험은 김정은과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유예 합의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발언에 원인을 돌렸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 “North Korea has established a precedent starting last year that they're going to conduct these short range tests, both for development purposes and as part of military exercises, and now they're continuing the same pattern this year with the testing during the winter exercises. President Trump has already said he doesn't consider these short range tests to be a violation of the understanding he has with Kim Jong Un on moratorium on long range missile testing-missiles that could reach the United States.”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난해 13차례, 올해 현재까지 2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을 상기시키며 역시 이를 “새로운 일상(new normal)”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거리 발사에 무관심한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 think we've established a new normal based on President Trump's lack of concern for the short-range ballistic missiles.”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맥스웰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만 없으면 약속 이행으로 간주해 만족하겠지만 이런 반응은 북한의 무기 역량 개선에 면죄부를 준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이 캠프 험프리와 오산 공군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300mm 방사포를 비롯해 이보다 훨씬 도발적인 무기를 계속 실험하고 관련 훈련을 실시하면서 한계를 계속 뛰어넘도록 길을 열어줬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Because this is the new normal, he now has the opportunity to test ranges beyond that or conduct a more provocative type tests, and that means he can try to push the envelope.”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과 방사포 시험이 이어졌던 지난해 내내 “언짢지 않다”, “그것들은 단거리 미사일들이고 다른 나라들도 갖고 있다”며 그 의미를 축소해왔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서 전해지는 대부분의 소식은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과 관련해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The President is anxious, not to appear to have a problem. He is really not anxious to have any significant news on North Korea because much of that news would not be favorable.”
하지만 맥스웰 연구원은 이런 태도가 북한에게 무기 시험과 훈련 강도를 높여도 미국이나 한국으로부터 어떤 대응도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진단은 앞으로도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공공연히 위반하며 무기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국은 여기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한국과 유럽 국가들의 반발도 워낙 약해 북한은 이를 조롱하면서 무시하고 있고 이런 양상은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 “The protests from South Korea and from the Europeans against the short-range tests have been very weak and the North Koreans have ridiculed those protests and ignored them. So this is a pattern we can expect to continue into the future. And the US has made clear it's not prepared to take any action against it.”
전문가들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 정부 부처의 공식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보다 수위가 높다며, 혼재된 메시지가 미국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2일과 9일 각각 이뤄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북한은 도발을 피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라”고 촉구해,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온도차를 보였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연구원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발언과 당국자들의 반응 간의 이런 차이는 “정책 입안의 혼란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 정부의 정확한 입장을 알기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연구원] “Nobody knows what the US government thinks anymore because the president says one thing and other people say another thing…So, you know, it's a reflection of the chaotic state of policymaking inside the US government.”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미 행정부로부터 나오는 북한 관련 메시지가 일관적이지 않다며, “각 부처간 조율과 메시지의 일관성이 부족해 북한의 추가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We don't have a consistent message that's coming out of the Trump administration, we don't know right now what exactly we are doing with North Korea policy. There are often confusion. North Korea is going to be continually challenging from a policy issue and we're just not equipped to handle any kind of future provocation, or just effective response because we don't have that coordination and we don't have the consistent messaging.”
전문가들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 정부의 애매한 태도가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관계와 이들 나라에 대한 안보 공약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우려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분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와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의 안보를 전략적으로 분리하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연구원] “It's very clearly a violation of the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regarding ballistic missile testing…And then there's the added issue of strategic separation. That is, if we allow medium and short-range missile testing to go ahead, aren't we, in fact, separating the security interests of the United States from those of our allies particularly Japan and Korea?
그러면서 “동맹국 영토에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이 입증된 운반 수단에 대해선 (미국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냐”고 반문했습니다.
베넷 연구원도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훨씬 단호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동맹국의 안보를 우려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Basically, when we fail to do that, we fail to worry about our allies."
특히 “북한이 한국에 큰 피해를 입힌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당시 보다 미사일 명중률과 파괴력을 크게 개선시켰다”며, 현재 “한국의 일부 군사 기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 대응을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연구원] “At the least we need to make it clear that we consider this to be a violation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It doesn't mean we have to respond in a military way or in any other way. It just means that this is unacceptable.”
맥스웰 연구원은 그러나 “단호한 성명 발표에 그쳐선 안 된다”며 더욱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김정은이 이에 대한 대가를 절감하게끔 실질적 압박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Just a verbal response and responding sternly is not really a sufficient response. We have to find a way--Kim Jong-un to feel the consequences to feel and understand what he is doing is going to cause him negative consequences.”
더 나아가 “북한을 돕는 중국 은행 등에도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제재를 가함으로써, 고통을 느낀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맥스웰 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