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첫 군사 전용 통신위성을 우주공간에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독자적 군사작전 수행 능력을 높이고 미-한 군사 공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현지 시간으로 20일 오후 5시30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아나시스2호’를 팰컨9 로켓에 실어 우주로 날려보냈습니다.
아나시스 2호는 고도 약 630km 지점에서 발사체로부터 분리됐고, 발사 38분만에 첫 신호 수신이 이뤄진 데 이어 한국 시간으로 오전 8시 19분 프랑스 툴루즈에 위치한 위성관제센터(TSOC)와 신호를 주고받는 첫 교신에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0번째로 군사 전용 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됐습니다.
아나시스 2호는 약 8일 후 약 3만6천km 상공의 정지궤도에 안착할 예정입니다. 이후 3개월 정도의 점검 기간을 거친 뒤 한국군에서 인수해 본격적인 임무 수행에 활용됩니다.
장희선 한국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아나시스 2호가 향후 궤도 내 시험을 진행한다”며 “이후 국방과학연구소가 연구개발한 지상 단말기 시험과 평가를 거쳐 올해 안에 실제 운용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은 아나시스 2호를 쏘아 올림에 따라 정보처리 속도, 전파 방해 대응 기능, 통신 가능 거리 등이 향상된 최초의 군 전용 위성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전시와 평시를 가리지 않고 군 통신 사각지대가 완전히 해소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한국 군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한국 군은 현재 위성을 이용한 부대 간 통신, 부대와 장병 간 통신, 장병과 장병 간의 통신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장병 개개인이 위성단말기를 착용하고 작전에 나설 경우 언제, 어디서든 통신이 가능해집니다.
이로써 한국 군의 단독 작전수행 능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핵심 전력 확보와도 연관이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장희선 한국 방위사업청 대변인입니다.
[녹취: 장희선 대변인] “이번에 추진 중인 군 위성통신체계 2차 사업이 완성이 되면 군 단독 운용 가능한 상시적 그리고 안정적 통신망을 군에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은 그동안엔 민군 겸용 위성인 ‘무궁화 5호’를 사용해 군 통신체계를 운용해왔습니다. 하지만 군 전용이 아니어서 데이터 전송 용량 면에서 제약이 많았고 적의 전파교란 즉 ‘재밍’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 같은 경우엔 재밍 기술이 많이 발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한국 군이 지상에서 통신체계를 통해서 작전할 경우엔 재밍에 상당히 취약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들도 위협이 좀 감소가 될 것 같고요.”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한국 군의 통신 능력 향상은 미-한 군사 공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한국과 미국이 소통이 잘되려면 한국 군끼리 소통이 잘 돼서 굉장히 정확한 결과가 소통이 돼야하는 건데, 한국 군끼리 잘 취합되지 않은 일부 정보만 넘어가면 더 혼란스럽잖아요. 이때까진 이게 잘 안정적이지 않았었다는 거죠. 근데 군 전용이 이런 게 있으니까 굉장히 한-미 공조를 위해서도 좋은 거죠.”
아나시스2호는 한국 군이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공급업체인 록히드 마틴사로부터 무기판매에 따른 기술 이전이나 반대급부를 일컫는 이른바 ‘절충교역’ 방식으로 제공받은 겁니다.
한국 군이 차세대 전투기로 F-35A 스텔스 전투기를 택하면서 록히드 마틴은 군 통신위성 1기를 제공하기로 했고, 록히드 마틴은 이후 에어버스와 군 통신위성 제조를 위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에어버스는 자사의 통신위성 ‘유로스타 E3000’을 기반으로 아나시스2호를 제작했고 계약에 따라 한국 군이 소유권을 갖게 됐습니다.
아나시스 2호를 쏘아 올린 스페이스X는 세계적인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한국 군은 이번 전용 통신위성 확보를 계기로 감시정찰과 조기경보 위성 등 우주국방력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