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은 최근 국방장관 전화통화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큰 입장차를 드러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타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악의 경우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정경두 한국 국방장관은 지난 6일 전화통화에서 분담금 협상에 관한 서로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에스퍼 장관은 두 나라가 `공정한 방위비’ 분담 합의에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가운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문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생략했습니다.
반면, 한국 국방부는 정 장관이 통화에서 분담금 협상 타결 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일부를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미국이 수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월 양국 국방장관 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스퍼 장관이 ‘공정한 방위비 분담’, 정 장관이 ‘인건비 조건부 타결’을 강조하면서 평행선을 달린 상황이 반복된 셈입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한국 총선 전까지 협상 소극적”
“최악의 경우 올해 안 협상 타결 난망”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7일 VOA에 “양측이 각자 다른 부분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협상 교착 국면이 그대로라는 점을 방증한다”며, “동맹관계에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 그렉슨 전 차관보] “We're talking completely past each other and this is very dangerous for the Alliance…it's not a good sign that the two nations involved do not seem to have the same view of what we're trying to get done.”
특히 한국 총선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양측 모두 협상 타결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본격적인 협상 재개는 총선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 그렉슨 전 차관보] “No, I don't think there's any hope of getting much done right before an election because politicians in each country in this negotiating agreement will not want to be rushed to put their signature on something either for or against before the election”
그렉슨 전 차관보는 양측의 입장차가 커서 최악의 경우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내년을 넘겨서도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동맹관계와 대비태세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트럼프 대통령 셈법 변화 가능성 낮아”
“정권 교체 시 협상 진척 가능성…그러나 내년까지 장기화”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협상 주무 부처인 국무부와 외교부 장관보다 양측 국방장관이 더 적극 나서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 세이모어 전 조정관] “One possibility is that the US government may believe that the ROK Ministry of Defense is more likely to urge an agreement than the Foreign Ministry. And so Esper is appealing to his direct counterpart to try and persuade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make a better offer.”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협상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무급휴직 문제 등 대비태세에 직접 영향이 있는 한국 국방부가 더 설득하기 쉬운 상대라는 점을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협상 타결의 변수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며,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 대응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변수로 부상한 만큼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오히려 동맹관계를 중시해온 민주당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reason why the US is taking such an unreasonable position in the SMA negotiation is because of Donald Trump and so obviously, if Trump was no longer president, the US government would take a very different position”
브루스 베넷 “한국 정부, 미 대선 변수 셈법에 둬야”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런 견해에 공감하며, 한국 정부는 협상 장기화 가능성과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변수를 셈법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I would think that the Democratic President is going to say ‘Oh that was too extreme I really want to propose to my allies. Here's the deal I'm prepared to offer'. So yeah, it may be in Korea's best interest to hold out until after the US election.”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과 별도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시간 지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에 비공식적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 측과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변수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스콧 스나이더 “바이러스 변수로 타협 가능성 더 낮아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세계적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예산 투입이 경제에 집중되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동맹 내 여론은 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It would have been feasible in the Moon Administration at the end of December. It was probably larger than the amount of contribution that it would be possible for South Korea to make both politically and fiscally now because there is going to be greater pressure on the South Korean budget.”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수가 대두되기 전인 지난해 12월에 그나마 더 많은 증액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부양 등 예산 압박이 심한 한국은 지난해 보다 타협하기 더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