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한 가운데 당 고위 간부들이 실패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당 간부들이 최고책임자의 부담을 대신 떠안으려는 행동과 정권의 위기관리 차원에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적극적 형태의 선전정치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정찬배 기자의 보도입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이상훈)
북한은 지난 19일 열린 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계획됐던 국가 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 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졌다며 최근의 경제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이러자 노동당 고위간부들은 2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일제히 당 전원회의와 관련한 기고문을 통해 최근 경제실패의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장길룡 내각 화학공업상은 경제발전5개년 전략을 수행하는 데 있어 경제발전의 기둥을 이루는 화학공업 부문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한 원인은 자신들이 전략적 안목과 계획성 없이 추진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반성했습니다.
북한 3대 제철소 중 하나인 김책제철연합기업소 김광남 지배인도 최근 나라 경제 전반이 제대로 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김책제철소에 큰 책임이 있다고 털어놨으며 최근 홍수피해를 입은 황해북도 박창호 도당위원장도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듣고 마음속 가책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등 당 간부들이 줄줄이 공개적인 반성에 나섰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당 간부들의 공개적인 반성은 결국 최고책임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책임을 자신들이 대신 떠안으려는 행동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박원곤 /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사실상 지금 북한의 경제개발이 실패했다는 것을 북한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그런 책임으로 돌아가면 안 됩니다. 그러기 때문에 당 간부들이 스스로 나서서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이고요.”
또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을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잇따른 홍수피해 등 외부적 요인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고명현 / 아산정책연구원
“일종의 실패의 합리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경제계획이 있었고 그것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외부적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목표에 미달했다 이렇게 해서 정책의 실패를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간부들의 이런 행동은 정권의 위기관리 차원에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적극적 형태의 선전정치로 풀이했습니다.
3중고가 겹친 초유의 상황에서 통신수단의 발달로 정보 통제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홍민 /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실질적인 지원과 실질적인 것들을 많이 주지 못하더라도 그런 행동 자체의 표상을 만들어냄으로써 주민들에게 일종의 어떤 통치자의 권위와 민심에 대한 성의 이런 것들을 좀 표현하는 방법이 아닐까 라는 게 큰 차원의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가운데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국정 전반에 있어 위임통치를 하고 있으며 후계통치는 아니라고 보고했다고 여야 의원들이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또 경제 분야는 박봉주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가, 군사 분야는 최부일 당 군정지도부 부장과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각각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같은 이른바 유일 영도 체제에서는 위임 통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에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단순한 책임 분담용 권한 위임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정찬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