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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문가들, '크리스토퍼 안 신병인도 반대' 서한 제출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한 대사관.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한 대사관.

북한 전문가들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크리스토퍼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스페인에 인도될 경우 안 씨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크리스토퍼 안 씨의 변호인은 18일 북한 전문가 3명의 의견이 담긴 서한을 미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서한은 모두 스페인 신병인도 재판을 받고 있는 안 씨의 송환을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북한 전문가인 이성윤 터프츠대학 교수와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일본 소피아대학 산드라 파이 교수가 작성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안 씨는 지난 2019년 2월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해 북한 외교관 등을 결박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는 반북단체 ‘자유조선’의 조직원으로, 당시 사건 가담자 중 유일하게 체포된 인물입니다.

스페인 당국은 안 씨의 신병인도를 미국 정부에 요청했고, 현재 미 연방법원은 신병인도 여부를 놓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들어갈 때 CCTV에 찍힌 크리스토퍼 안. 안 씨의 변호사가 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보석 재심신청서에 첨부한 사진이다.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들어갈 때 CCTV에 찍힌 크리스토퍼 안. 안 씨의 변호사가 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보석 재심신청서에 첨부한 사진이다.

이성윤 교수는 서한에서 북한이 미국 정부 등이 규정한 테러지원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신병인도 결정이 안 씨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안 씨가 미국 밖으로 (신병이) 인도될 경우 살해될 위험이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북한은 자국의 적을 암살하기 위해 지구 끝까지라도 갈 수 있는 테러국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규정한 적의 범위에는 외국 관리는 물론 북한 최고 지도자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인간쓰레기’ 등으로 부르는 탈북민들을 돕는 민간인들이 포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이 지난 수 십 년간 저지른 국제사회 테러범죄와 납치 사례를 나열하면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신경작용제인 ‘VX’ 로 살해된 사건을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스페인의 공산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의 최대 옹호자 중 한 명인 조선친선협회 창립자이자 회장인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 씨가 스페인 국적자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이 교수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들의 당시 사건에 대한 증언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등 안 씨의 신병인도의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을 서한에 담았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안 씨의 송환에 깊이 우려한다면서, 북한이 스페인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고 여전히 마드리드에 공관을 유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해외공관이 수 십 년 동안 북한과 한국인, 외국인 등의 감시와 납치, 암살을 위한 작전기지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습격 사건 당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바닥으로 내던져지고 발로 밟힌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같은 행동은 김정은 정권에서 어떤 식으로든 용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한국계일 경우엔 이로 인한 위험이 더 즉각적이고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파이 교수는 북한이 해외에서 저지른 암살과 미수 사건 12건을 소개한 뒤, 이 같은 역사적 기록은 북한이 국가의 적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파이 교수 자신의 판단에 크리스토퍼 안 씨는 북한 정권이 납치하거나 암살하려는 개인의 범주에 맞아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파이 교수는 안 씨가 ‘자유조선’에서 활동하며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해 신변보호를 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한편 안 씨의 신병인도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미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은 몇 차례 연기 끝에 오는 25일 안 씨에 대한 심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앞서 안 씨의 변호인단은 지난 2월 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기소 반박문건’을 통해 습격사건이 실제로는 탈북을 희망하는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와의 협의 아래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특히 사건이 벌어질 당시 탈북을 요청했던 인물들이 공포에 휩싸여 당초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 뿐, 안 씨 등은 미국 법이 규정한 어떤 범죄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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