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오는 10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합니다. 이 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지, 또 미국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지가 관심사인데요, 최원기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진행자)북한이 곧 최고인민회의를 여는군요?
기자) 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오는 4월10일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회의를 연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도 공시를 통해 개최 사실을 대의원들에게 알리면서, 대의원 등록도 같은 날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최고인민회의가 미국의 의회나 한국의 국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북한은 최고인민회의가 입법권을 가진 국가의 최고 주권기관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입법부가 행정부 즉, 대통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그런 역할을 전혀 못합니다. 노동당이 정한 정책이나 인사를 사후에 추인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또 노동당이 마련한 헌법 개정이나 예산, 정책, 인사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대나 수정없이 100% 의결해 왔습니다. 그런 뜻에서 최고인민회의는 미국의 의회나 한국 국회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진행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위원회에 나와서 연설을 할까요?
기자) 그게 관심사인데요. 지난해의 경우 최고인민회의가 두 차례 열렸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4월에 열린 제14기 1차 최고인민회의 때는 직접 참석해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그러나 8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또 최고인민회의는 8월 헌법 개정을 통해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국가의 수반이며 대의원을 겸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진행자) 그렇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수반 자격으로 연설을 할 수도 있지 않나요?
기자) 두 가지 전망이 모두 가능한데요. 하나는 김 위원장이 대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할 것이라는 겁니다. 또 다른 하나는 지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일종의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국가수반 자격으로 최고인민회의에 나와서 연설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참고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대중연설을 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기자) 기본적으로 최고인민회의는 헌법 개정이나 국가기구 개편과 인사, 예산안 등을 다룹니다. 주로 북한 내부 정치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는 분명치 않습니다.
진행자) 지난해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나요?
기자)맞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47분 간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이 3차 조-미 수뇌회담(미-북 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며 “올해 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에 대해 메시지를 내놓은 적이 있기 때문에 올해는 어떤 언급이 나올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진행자)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나요?
기자)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2월 말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노동당 실세인 리만건 조직지도부장과 농업 담당 박태덕 당 부위원장을 공개 해임했는데요. 조직지도부는 북한 주요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최고 권력부서 입니다. 따라서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운 조직지도부장과 당 부위원장 인선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실세로 부상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이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어떻게 될까요?
기자) 김여정은 지난해 3월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선거에서 대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여정은 지난해 12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해, 선전선동부에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됐다는 관측이 있었는데요. 김여정이 언급될지, 또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가 관심사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최근 담화를 통해 처음 공개한 ‘대미협상국장’에 대해서도 공개하게 될까요?
기자) 이 역시 주목되는 대목인데요. ‘대미협상국장’은 북한이 지난달 30일 미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으면서 사용한 직함인데요. 처음 등장하는 직함이기 때문에 북한이 새로 ‘대미협상국’을 신설한 것인지, 어디 소속인지, 누가 책임자인지 여부가 분명치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새로운 부서 신설과 책임자를 추인 받으려 할 경우 좀더 구체적인 내용이 파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정면돌파전’ 문제도 다뤄지겠죠?
기자) 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연말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국정목표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는데요.정면돌파전이라는 것은 핵을 보유한 상태로 자력갱생을 통해 제재를 극복하고 사회주의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것인데요.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정면돌파가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금 4년째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는데요. 업친데 덥친 격으로 최근에는 전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해 경제가 어렵습니다. 특히 국경 차단으로 인해 전국 400여개 장마당과 종합시장의 쌀과 옥수수(강냉이), 식용유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정면돌파전’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어떤 언급이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관광지 건설은 좀 늦추고 대신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집중하자는 결정이 나올 수가 있나요?
기자) 그런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당초 4월15일 태양절까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완공하자고 독려해왔는데요. 건설 자재가 부족할뿐만 아니라 지금 완공을 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올 수 없는 형편입니다. 따라서 관광지보다는 평양종합병원을 우선적으로 건설하자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도 다뤄지겠죠?
기자)코로나바이러스 문제는 주로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력에 초점이 맞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북한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없는 유일한 나라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1월 말에 김정은 위원장이 내린 북-중 국경 봉쇄 결정의 결과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이번 최고인민회의에는 지난해 선출된 대의원 687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 세계적인 코로나 전염병 확산 속에서도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력과 국정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진행자) 그렇게 보면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력과 체제결속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볼 수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는 15일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이고 10월10일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입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이번에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력을 부각하는 한편 자력갱생과 정면돌파를 강조해 체제결속을 다지려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까지 오는 10일 열리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와 함께 짚어 봤습니다. 뉴스 동서남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