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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해외은행 2곳 ‘BDA’식 금융 조치…“중국 은행으로 확대 주목”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미국 정부는 해외 은행 2곳에 대해 북한과의 거래를 이유로 방코델타아시아, 즉 ‘BDA식’ 금융조치를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가 13년 만에 BDA에 대한 ‘자금세탁 우려’ 지정 해제를 결정한 가운데, 또 다른 중국 은행들에 이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코델타아시아(BDA)는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불법 거래를 이유로 해외 금융기관을 겨냥한 첫 사례였습니다.

2005년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이 미 애국법 311조에 의거해 BDA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목했고, BDA 입장에선 한순간에 미 금융망 접근이 차단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자금세탁 우려 대상’ 지목은 미 재무부가 일반적으로 가하는 ‘제재’와는 다른 개념으로, 전 세계 금융기관들에게 통보하는 ‘주의보’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연계된 은행과의 거래는 물론 달러 사용도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은행에겐 ‘사형 선고’와 다름이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당시 BDA는 곧바로 북한 자금 2천500만 달러를 동결했고, 다른 중국 내 20여 은행들도 일제히 북한과의 관계를 끊었습니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지점.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05년 이 은행이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거래 금지 조치를 취했었다. (자료사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지점.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05년 이 은행이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거래 금지 조치를 취했었다. (자료사진)

BDA 은행의 금융 동결 전략을 세웠던 후안 자라테 전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말 한 토론회에서 2005년 당시 북한에 압박이나 제재가 가해질 수 없다는 인식과 통념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자라테 전 차관보] “When I served the administration, one of the things we tried to do…”

그렇게 북한의 경제와 세계에 대한 의존도에 주목하게 됐고, 이 의존도에 많은 일들이 행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당시 미국 정부의 조치는 북한이 거래하는 은행을 옥죈 것일 뿐 북한을 직접 압박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냈다는 평가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BDA 를 “북한 금융망에 충격을 준 사건”으로 회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At the time, a North Korean official told a White House official you finally found a way to hurt us…”

클링너 연구원은 당시 북한 관리가 백악관 관리에게 ‘당신들이 마침내 우리를 아프게 할 방법을 찾았다’고 말할 정도였다면서, 중국 당국이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민은행마저 북한과의 관계를 끊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BDA식 조치는 북한이 거래하는 은행을 규제함으로써 일종의 ‘파장’이 일게 하는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대북제재 위반 등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주요 자금세탁 대상’으로 지정한 은행은 BDA를 제외하고 2곳입니다.

앞서 금융범죄단속반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중국 단둥은행과 라트비아의 ABLV 은행을 해당 목록에 올린 바 있습니다.

단둥은행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여한 기업들이 수백만 달러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북한이 미국과 국제 금융체계에 접근하는 통로로 활용됐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분행.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분행.

ABLV의 경우, 북한의 탄도미사일 조달과 수출 행위에 관여한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자들의 거래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DA 사태 이후 북한의 금융 거래는 ‘위장 회사’를 내세우는 등 음지로 숨어드는 양상을 보였지만, 미 재무부는 이런 행위를 돕는 은행들에 대해 ‘자금세탁 우려 대상’ 지정이라는 카드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워싱턴 DC연방법원이 지난해 북한과의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은행 3곳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미 재무부 차원의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10일 VOA에, 문제의 중국 은행 3곳은 현재 재무부의 조치를 받고 있는 은행들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And whether those banks, may choose either to cooperate, or face prosecution…”

이들 은행들이 미 정부에 협조하든 그렇지 않든 북한과 관련한 금융업계의 대응 방식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이 지난 몇 년간 중국의 더 큰 은행들을 이용했을 것이라며, 이는 중국 은행업계가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지 않고, 또 미국 정부의 최대 압박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금융범죄단속반은 7일 13년 전 BDA에 취한 조치들을 해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BDA는 지난 2013년 재무부를 상대로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날 재무부의 결정은 이 소송의 ‘합의’ 형식으로 이뤄지게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번 합의의 조건에는 BDA가 자금세탁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재무부의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5년간 (BDA가) 금융망에서 퇴출된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재무부의 결정을) BDA가 승리한 것으로 해석할 은행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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