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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로 밀린 북한 인권…미 정부 무관심 속 방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2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탈북민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2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탈북민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담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취임 초기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공론화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백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워싱턴에서 2018년 3월8일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급변한 분기점으로 인식됩니다.

백악관을 방문한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5월 중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발표한 날입니다.

[녹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백악관 브리핑 현장음] “President Trump appreciated the briefing and said he would meet Kim Jong-un by May to achieve permanent denuclearization.”

실제로 석 달 뒤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날선 북한 인권 비판이 급격히 무뎌지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바로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인권 개선 노력의 선봉에 선 듯 보였습니다.

특히 7주 전 국정연설에서 탈북민 지성호 씨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북한 정권의 잔학성을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2018년 국정연설 현장음] “No regime has oppressed its own citizens more totally or brutally than the cruel dictatorship in North Korea.”

“그 어떤 정권도 북한의 잔인한 독재 정권보다 더 자국민을 철저하고 악랄하게 탄압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백악관에서 탈북민 8명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규탄과 북한 주민을 위한 호소로 점철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북한인권 비판은 공교롭게도 정점에 오르자마자 사그라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열린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이 집중 논의됐을 뿐 의미 있는 북한인권 개선 논의는 전혀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6개월이 지난 그해 12월 10일 미 재무부는 인권 유린을 이유로 최룡해 당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재무부의 조치에 이례적으로 아무 논평도 내놓지 않은 국무부는 일주일 뒤 VOA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인권 기록을 언급했으며, 앞으로도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The President raised North Korea’s human rights record in his summit meetings with Chairman Kim, and will continue to raise this issue going forward.”

하지만 2차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을 20일여 앞두고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국정연설에서는 북한에 대한 언급이 불과 세 문장으로 줄었습니다. 그나마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그와 베트남에서 만날 것이라고 발표하는데 그쳤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2019년 국정연설 현장음] “My relationship with Kim Jong Un is a good one. Chairman Kim and I will meet again on February 27 and 28 in Vietnam.”

곧바로 이어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역풍을 맞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돼 숨진 오토 웜비어 사건을 몰랐다고 했고 자신은 그 말을 믿는다는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2019년 국정연설 현장음] “He tells me he didn’t know about it, and I will take him at his word.”

미국의 달라진 태도는 유엔 무대에서도 감지됐습니다.

2013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치 등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 노력을 주도했던 미국이 북한과의 외교의 공간을 열어두기 위해 북한인권 압박 수위를 낮췄다는 진단이 잇따랐습니다.

특히 2014년부터 매년 개최된 유엔 안보리 북한 인권 토의가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흐지부지된 것은 미국이 회의 소집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당시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 인권 토의 개최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 “비공개로 은밀히 논의하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녹취: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 It is something that--it is a confidential conversation within the closed consultations--it is being discussed.”

결국 안보리는 당시 인권 토의 대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습니다.

2017년 12월 니키 헤일리 당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김정은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조직적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과 대조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녹취: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유엔안보리 발언] “The systematic human rights violations and the abuses of the North Korean government are more than the cause of its people’s suffering. They are a means to a single end-keeping the Kim Jong-un regime in power.”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인권개선 노력의 선봉에 섰던 미국이 소극적 태도로 돌아선 것은 ‘믿기 힘든 아이러니(incredible irony)’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은 그럴 듯 하지만 북한은 어떤 비핵화 조짐도 보인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 “It's a nice thing to say that this is so that we can make progress on the nuclear issue but there's absolutely no indication whatsoever the North Koreans are interested in doing that. We've been trying to deal with the North Koreans on the nuclear issue for years. And all they have done is postpone, delay, obfuscate and that's exactly what they're doing again right now.”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월 물러난 킹 전 특사의 후임자를 3년 넘게 임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인권특사 직은 미 의회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2004년에 만장일치로 채택한 북한인권법을 통해 신설됐으며, 이 법은 2007년과 2012년, 2018년 등 모두 세차례 연장됐습니다.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지난달 8일 보고서를 통해 공석으로 남아있는 북한인권특사를 조속히 임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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